우리나라가 가라앉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 추세로 가면 10년 안에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3%였다.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08년 4·4분기 -3.3%를 기록한 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10.8%로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인 1998년 1·4분기의 -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온 데는 반도체 경기 둔화 등 외부적 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지난해 4·4분기 성장을 뒷받침한 정부지출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이례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 점, 미국과 중국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 주로 외부 경제 여건이 개선될 것을 전제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제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는 물론 청와대도 최근의 경제 상황 악화를 대외 요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내부에 있음에도 이를 편향된 시각에서 평가하고 글로벌 변화 추세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경직적 마인드 때문에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격리되는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경제 보고서 내용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포용적 성장 추진 정책의 성공 여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현재의 생산성 수준을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심각한 생산성 및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주요 정책들, 특히 법인세율 인상과 동반된 공공고용 및 사회지출의 급격한 확대는 OECD 지역의 추세와 배치된다. 한국의 낮은 공공고용 및 사회지출 수준과 포용적 성장 추진의 중요성이 고려돼야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고용 및 사회지출의 급속한 확대에는 장기적 비용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 비록 한국에서의 세율 인상은 제한적이지만 법인세율 인상은 OECD 국가들에서 생산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OECD는 경제 성장에 상대적으로 해가 적은 세제, 특히 부가가치세(VAT)로 상승하는 사회지출의 재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수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중기 재정계획에 따라 지출을 통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OECD는 2015년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에 큰 손실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 경제 보고서는 “대통령의 5년 임기 동안에 걸친 54%의 최저임금 인상은 OECD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그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생산성 증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물가 수준을 목표치 이상으로 상승시키고 한국의 국제적인 경쟁력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OECD는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하기 전에 2018년 16.4% 인상의 효과를 반드시 평가하고 이에 더해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호 완화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 및 훈련 확대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남의 탓, 대외적 요인 탓만 해서는 나아질 것이 하나도 없다. 왜 투자가 안되는지 모를 리도 없다. 지금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의 잠재력을 스스로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포용’으로 포장한 관치가 또 다른 정부실패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