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간 몸싸움으로 ‘동물국회’의 나날이 이어지던 28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인 국회 본관 445호 앞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다. 자유한국당 의원·보좌진 등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개의를 막고자 이곳을 번갈아 지켰고 더불어민주당도 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필수 대기 인력으로 편성했다.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 2명을 사보임한 것을 두고 당내 내홍에 휘말린 바른미래당만 잠시 숨 고르기에 돌입한 분위기였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추진을 사이에 두고 ‘강행 (민주)당’과 ‘저지 (한국)당’ ‘갈린 (바른미래)당’으로 나뉘어 살얼음판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3당은 공히 제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네 탓’ 하기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점거와 농성으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에도 회의장 앞에 누워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고 비판했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위해 불법과 편법을 일삼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찬반으로 나뉘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3당의 머릿속에서 ‘민생’ 걱정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국가 경제를 위해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외치고 있으나 실제 행동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사이에 둔 여야의 격한 대치는 결국 ‘빈손 국회’로 이어졌다. 4월 임시국회는 소집되기는 했으나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그 사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물론 강원 고성 산불을 계기로 여야 모두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소방관 국가직화 3법(소방기본·소방공무원·지방공무원법)’ 등 민생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 민생을 외치던 여야가 실제로는 정쟁에만 집중하면서 4월 임시국회를 ‘셧다운’ 상태에 빠뜨린 것이다.
이러니 ‘민생을 몰아내고 벌써 내년 총선이 자리했다’는 날 선 비판을 국회가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한 치 양보 없는 여야 간의 극한 다툼과 ‘동물국회’의 재현은 민심 이탈만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