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은 시들해졌지만 암호화폐를 이용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면서 대박을 꿈꾸는 중장년층의 ‘묻지 마 투자’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의 옥석을 가릴 가이드라인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2018년 암호화폐 관련 투자 사기 및 유사수신 사기로 검거된 사건은 총 103건, 검거인원은 265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2017년 투기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암호화폐 관련 범죄가 발생하자 피해를 막기 위해 무기한으로 ‘암호화폐 투자사기 등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집중단속을 실시한 지 6개월 만에 41건, 126명이 검거됐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늘어난 62건, 139명이 적발됐다 .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일대에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가짜 코인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보물선 ‘돈스코이호’의 인양을 미끼로 암호화폐 투자금을 모집한 신일그룹 측은 지난해 강남의 공유오피스에 사무실을 차렸다. 경찰 수사 결과 실체가 없는 사기로 결론이 났지만 투자자 모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니버셜그룹’으로 회사명을 바꾼 이들은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모처에서 ‘TSL코인 전 세계 상장 기념 축하연 파티를 연다’며 코인을 판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찰이 나서기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암호화폐로 투자 사기를 벌이는 기업들을 보면 주로 다단계로 피해자들을 모집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현혹한다”며 “피해자들은 사기가 의심돼도 코인이 상장하기 전에 경찰에 신고했다가는 괜히 투자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경찰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가짜 코인으로 인한 피해는 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짜 코인 업체들이 업비트·빗썸 등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내세워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 측은 “특정 거래소 상장을 논의한다며 적극 홍보하는 코인은 사기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짜 코인 업체들도 백서를 만들고 자체 거래소를 만들어 상장하기 때문에 사기 여부를 분별하기가 어렵다”며 “진짜 코인과 가짜 코인을 구분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