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화학, 2차전지 특허 침해 혐의로 美에서 SK이노 제소




LG화학(051910)이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미국에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국내 산업계에서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실제 영업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화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해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또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LG화학 측 입장이다. LG화학 측에 따르면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다. 또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 LG화학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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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LG화학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올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했고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이다.

양측은 최근 몇달간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올 1·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경쟁사(SK이노베이션)가 공격적인 가격으로 수주에 뛰어들고 있지만 LG화학은 수익성과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수주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다. 또 독일 현지 매체는 지난 2월 LG화학이 독일 폭스바겐 측에 SK이노베이션 측과 협력을 계속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LG화학의 소송으로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업체는 비교적 낮은 기술력 때문에 중국 밖 시장에서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 업체간 소송전이 장기화 될 경우 해외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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