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걸리자 의붓딸 살해한 30대, 다리에 돌 묶어 저수지에…치밀한 계획

10대 여중생 의붓딸을 살해한 아버지와 이를 공모한 친엄마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낳은 친자식이 재혼한 남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안면서도 친모(親母)는 살인에 가담했다.

3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모(31)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된 이후 사건 경위를 털어놨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27일 낮 공범인 아내 유모(39)씨,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의붓딸인 중학생 A(12)양이 친아버지와 사는 전남 목포로 향했다.

노끈과 청테이프 등 범행도구는 이틀 전 마트에서 구입했다.

이들 부부는 27일 공중전화를 통해 A양과 통화한 뒤 오후 5시경 목포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A양을 승용차에 태웠다.

목포 도심에서 벗어나 무안에 인접한 농로에 다다르자 김씨는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앉았던 아내 유씨와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A양을 살해했다.

이후 A양의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부부는 광주 북구의 집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아내와 아들을 집에 내려준 뒤 벽돌이 가득 든 마대 자루 2개를 챙겨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찾아 광주에서 고향인 경북 문경의 한 저수지까지 밤새 이동했다다.

그러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 그는 다시 광주로 돌아와 익숙한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28일 동틀 무렵 A양 시신을 버렸다.





시신이 물 위로 떠 오르지 않도록 양 발목에 마대 자루를 하나씩 묶어뒀으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을 그대로 남겨두는 바람에 발목을 잡혔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오후 들어 아내 유씨와 함께 시신은닉 장소를 다시 찾았으나 저수지 수심이 얕은 데다 한쪽 발목에 묶어둔 마대 자루가 풀리면서 A양 시신은 이미 발견된 이후였다.

김씨는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경찰 연락을 받고 가까운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이후 김씨는 광주 동부경찰서로 압송돼 이틀간 조사받으면서 친모 유씨가 살인을 공모했다고 시인했고, 경찰은 유씨도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이 A양을 살해한 이유는 그가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양은 최근 친아버지에게 의붓아버지와 생활하는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고, 친아버지는 지난 9일 목포경찰서에 관련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김씨와 유씨 부부는 성추행 의혹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을 알아챈 이후 범행을 저질렀다.

유가족 등은 사건 진정 20여일 만에 A양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의붓아버지로부터 보복 살해를 당하면서 경찰의 대처가 빨랐다면 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고 분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성추행 관련 사건은 가장 중요한 피해진술 내용을 속기록으로 작성한다”며 “목포에서 광주로 서류가 19일에 들어왔고, 피해자 진술만 확보한 상태로 이후 우려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