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그널] 기세등등하던 금융그룹...M&A 전쟁서 사모펀드에 완패




올해 금융계 인수합병(M&A) 대전의 최대어였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000400)이 모두 사모펀드(PEF)의 손에 넘어갔다. 그동안 금융업은 금융당국 인가와 자금조달 여력 문제로 금융그룹이 사모펀드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모펀드가 먼저 인수해 몸값을 키운 후 금융그룹에 되파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자가 된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19일 첫 본입찰 후 29일 재입찰 때 경쟁자인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과 계약조건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물론 고객 정보 공유나 계열사 거래, 상세 실사 후 가격 조정 등 계약 조건에서 한앤컴퍼니가 롯데그룹의 요구를 가장 많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으로 들어온 MBK파트너스는 가격은 높게 불렀지만, 거래 조건에서 밀렸고 하나금융지주는 가격과 조건 모두 하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없이 단독으로 입찰한 하나금융지주를 유력후보로 예상했고, 중간에 우리은행이 MBK와 손잡으면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실제는 정반대 상황이었던 셈이다.


롯데그룹은 카드 매각 후에도 지분 20%를 남기면서 한앤컴퍼니와 고객 정보 공유, 백화점 쿠폰 지급 등 롯데카드가 지닌 주요 장점을 계속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그 동안 해운과 시멘트, 자동차 부품사 등 굴뚝 산업 투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에는 호텔과 중고차 유통 등 소비재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시너지 측면에서 다른 후보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한앤컴퍼니의 설명이다.



롯데손보는 초반부터 중견 PEF인 JKL파트너스가 가격 면에서 가장 앞질렀다. JKL은 구주 인수에 4,270억원과 추가로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다른 후보 보다 최소 1,000억원 가량 높은 금액을 썼다는 후문이다. 경쟁자였던 MBK와 한앤컴퍼니는 상대적으로 카드 인수에 집중했고, 대만의 금융그룹인 푸본은 실제 인수 의지가 약해 본입찰에 완주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약 협상 과정에서는 대기업 계열인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매각하면서 기존 거래량을 어떻게 보장하는 지가 관건이다. 계약서에 계열사간 거래 물량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면 상법상 배임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에 휘말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거래량을 기반으로 앞으로 일정 기간 계열사를 상대로 한 매출을 추산하고 전체 매출의 일정 부분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한앤컴퍼니와 JKL은 이번 입찰에서 제친 하나금융지주를 포함해 인수 후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 금융그룹에 재매각할 계획이다. 비상장사인 롯데카드는 상장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지난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를 상장한 뒤 신한금융그룹에 되팔아 20% 이상의 높은 수익을 거둔 MBK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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