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워치]막걸리 아닙니다, '맛'걸리라 불러주세요

■진화하는 민속주

직접 만든 '하우스 막걸리'에 2030 홀딱

홍대·강남 등 핫플레이스에 전문점 오픈

전통주 제조사 도수 낮춰 젊은입맛 공략

지난해 11월 오픈한 느린마을양조장&펍 선릉역점./사진제공=배상면주가지난해 11월 오픈한 느린마을양조장&펍 선릉역점./사진제공=배상면주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막걸리는 ‘싼값에 배불리 먹는 술’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잘 어울리는 안주를 떠올려봐도 토속적인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이 해외에서 건너온 맥주들은 술집을 휩쓸며 안방까지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걸리는 점차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막걸리에는 저력이 있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전통적인 레시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들은 외국산 주류제품에 대한 호기심으로 소비했던 시기를 지나 우리 토속 주류에 관심을 갖는 ‘선진국형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최근 홍대와 신사역 등에 ‘하우스 와인’처럼 직접 제조한 막걸리를 파는 ‘하우스 막걸리’ 집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수제 맥주와 하우스 와인의 맛을 본 젊은 층들이 직접 제조한 막걸리에도 열광한 것. 지난 2012년 신사역 인근에 문을 연 ‘베러댄비프’는 하우스 막걸리 열풍의 원조 격이다. 퓨전 막걸리와 퓨전 음식의 조합이라는 콘셉트로 인테리어도 고풍스럽고 개성 있게 꾸며 막걸리에 대한 편견을 깼다. 2010년 홍대를 시작으로 광화문·강남 등으로 지점을 늘려 전통주 전문업체로 성장한 ‘월향’도 젊은 층에게 ‘막걸리도 힙(Hip)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데 일조했다.


개인이 시작한 막걸리 열풍은 기업이 이어받았다. 2014년 배상면주가는 강북의 중심지 을지로에 대표 제품인 ‘느린마을 막걸리’를 콘셉트로 ‘느린마을 양조장&펍’을 열었다. 이를 통한 가맹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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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제조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젊은 감성의 막걸리 신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막걸리의 대중화를 통해 관련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순당이 지난해 5월 선보인 일반 생막걸리보다 1,000배 많은 1,000억마리의 유산균을 담은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꾸준히 매출이 상승해 올 1·4분기 기준 이마트 탁주 매출 4위에 올랐다. 서울탁주는 같은 해 10월 도수를 5%로 낮춘 ‘인생 막걸리’를 출시하며 ‘저도주 바람’에 편승했다. 전통 막걸리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지평주조는 젊은 층 인기에 힘입어 2014년 28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66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연간 누적판매량 1,800만병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끈 것은 20~30대 여성 고객들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이마트에서 3,000원 이상 막걸리 비중은 2년 새 3배나 뛰었고 1만원 이상 고가 막걸리도 판매가 늘었다. 1927년부터 해창주조장에서 만든 해창막걸리와 손으로 빚은 복순도가 손막걸리 등 1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도 최근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색 막걸리 제품 ‘드슈’./사진제공=서울탁주이색 막걸리 제품 ‘드슈’./사진제공=서울탁주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제품 다변화로 막걸리 열풍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탁주는 최근 1년여간의 연구 끝에 파인애플 과즙과 막걸리·탄산을 결합한 도수 4%의 제품 ‘드슈’를 출시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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