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바이오벤처 기업들에 대한 벤처투자가 전년 대비 17%가량 증가하면서 ‘K바이오’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바이오 업계를 강타했지만 정부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예산지원을 늘리고 있는데다 고수익을 낼만한 투자처가 없는 탓에 뭉칫돈이 바이오·의료분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오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액은 1,649억원으로 지난해 1,413억원 대비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신약개발업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UTC인베스트먼트, 신한금융투자, KDB산업은행, 우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따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2015년 창사 이후 투자유치 규모가 600억원을 넘어섰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혁신신약 후보물질 연구와 글로벌 연구개발 가속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항암바이러스 면역치료제 ‘펙사벡’을 개발 중인 신라젠도 지난 3월 키움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아이온코스닥스케일업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합자회사 등을 대상으로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1,100억원을 조달했다. 앞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PM012’를 연구 중인 메디포럼은 지난 2월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및 개인 등으로부터 19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김찬규 메디포럼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바이오 분야에 대한 VC의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122% 늘어난 8,41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금액을 경신한 바 있다. 바이오 업계에선 잭팟을 터뜨릴만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올해도 K바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대어급 바이오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본격화될 전망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수면장애 치료제의 판매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은 연내 코스피 입성을 준비중이다. 증권업계는 SK바이오팜이 상장 시 시가총액이 5조~6조원 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일부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들은 실적과 임상 결과를 통해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될 경우 유전자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 등을 더욱 안전하게 개발할 길이 열려 K바이오 붐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