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윌리엄 텔’의 여주인공 마틸드가 사랑을 위해 투쟁하는 강한 여성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한 여성의 두 가지 성격, 즉 부드럽지만 강한 면을 잘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세레나 파르노키아는 지난달 9일부터 한국에 들어와 ‘윌리엄 텔’ 연습에 한창이었다. 그는 “이전부터 마틸드 역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며 “특히 2014년 오페라 ‘오텔로’를 하면서 한국에서 좋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출연 제안을 즉시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 최연소 우승한 뒤 라스칼라 극장, 로마 오페라극장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들과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로시니의 ‘윌리엄 텔’을 5월 10일~12일 국내 초연한다. 오페라 ‘윌리엄 텔’은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 쉴러의 마지막 희곡 ‘빌헬름 텔’을 바탕으로 1829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4시간이 넘는 긴 공연 시간과 배역의 기교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도 자주 만나기 힘든 작품이다. 13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윌리엄 텔과 스위스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틸드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공작의 딸로 스위스 독립운동가인 아르놀드와 사랑에 빠져 스위스를 돕는 역할이다.
파르노키아는 “음악적으로 아리아가 아름답고, 로시니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다르다”며 “그 시대로 봤을 때 굉장히 모던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배경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저항하던 3·1운동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 오마주하기 위해 이번 작품의 의상과 시대적 배경은 원작인 13세기 초가 아니라 3·1운동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다. 관객들이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보면 좋을지 묻자 그는 “굉장히 긴 오페라지만 음악과 이야기 모두 아름답다”며 “‘이 장면에 초점을 맞춰 주세요’라고 말하기 어렵고 영화처럼 즐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윌리엄 텔’과 연관된 사연도 흥미롭다. 그는 “수십 년 전 파리의 오래된 서점에서 프랑스어로 된 ‘윌리엄 텔’을 사서 봤다가 마틸드란 이름이 눈에 띄어 딸 이름도 마틸드로 지었다”며 “그 당시에는 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윌리엄 텔’을 사랑했으면 좋겠고, 로시니가 마틸드라는 역할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며 “한국에서 첫 번째 마틸드로 역사의 한 부분이 됐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