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금조달 쉬워졌지만..카드사 '울상' 왜

카드채 수요 늘자 금리 1%대로 뚝

"자금여건 좋은데 수수료 왜 올리나"

대형 가맹점과 협상서 되레 '악재'

0715A10 신용카드사 연평균 조달금리 추이



카드채 발행금리가 1%대로 떨어지며 신용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졌지만 대형 가맹점들과의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카드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카드사 수익이 크게 악화한 만큼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해야 하지만 대형 가맹점들이 조달금리 인하를 근거로 수수료 인상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6일 본지가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를 통해 신용카드사의 회사채 발행금리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부터 현대카드·KB국민카드·신한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발행한 카드채 금리는 1%대 후반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만 해도 카드채 금리가 2%대 초반이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부터 발행 금리가 약 0.2~0.3%포인트씩 낮아진 것이다.

카드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신용카드사가 자금조달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5일과 10일 1.98~1.99%의 금리로 각각 600억원, 100억원 규모의 카드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2일에도 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1.97%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 9일 1.98%의 금리로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같은 달 23일 1.99%의 금리로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23일 1.97%의 금리로 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전량 인수됐다.


이 같은 금리 인하 추세는 지난해 말 제기됐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해소되며 시중금리가 내려간데다 카드채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1·4분기 신용카드사나 캐피털 등이 발행한 여전채 공모 발행 규모는 10조8,41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6,810억원) 대비 2조8,400억원 감소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이슈가 사라지면서 상승 압력을 받았던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비교적 금리 매력이 크면서 안정성이 높은 카드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데 반해 최근 공급이 줄어 발행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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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들도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며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늘어난 점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신용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회사채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다”면서 “최근에는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카드채는 물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늘리며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조달금리 하락이 오히려 카드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 3월부터 각 카드사는 자동차·유통·통신업종 등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하고 최종 수수료율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현대자동차와의 협상부터 밀리면서 0.0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친 데도 조달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당시 자동차산업협회는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연체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며 인상 반대 성명을 냈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대형마트 역시 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경제성장 △물가상승에 따른 이익 증대 △조달금리 감소 등을 근거로 카드 수수료 인하 여력이 크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가 내려가면서 전체 신용카드사의 연 수익이 8,000억원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조달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낮아진 조달비용이 수수료 인상을 제한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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