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대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50m 걸어가면 세계적 관광명소로 떠오른 6층 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캐릭터산업기업 라인프렌즈의 본사 겸 간판급 매장이다. 340평 규모의 이 매장은 평일에도 내·외국인 인파로 북적인다. 2년여전 유명 남성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캐릭터상품 ‘BT21’의 디자인 초안을 직접 고안해 그린 장소라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다. BTS 팬들이 일종의 ‘성지순례’여행을 하듯 모여든다고 한다. 이 회사가 지난 2017년 8월 문을 연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매장도 당시 BT21 출시 인기에 힘입어 하루 방문객이 최대 1만여명에 달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BT21의 빅히트는 이제 불과 만 4세인 젊은 기업 라인프렌즈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0억원에 육박(1,973억원)했다. 매출 증가는 당분간 지속돼 올해엔 2,220억원, 내년엔 2,6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신한금융투자는 내다봤다.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출범한 지난 2015년의 매출이 37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까지 4년새 거의 6배, 내년까지 5년새 7배에 육박하는 매출 증가를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성장의 기반은 다각화된 캐릭터상품군이다. 그중 원류가 되는 기본 상품은 모회사인 네이버 라인의 모바일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전용 캐릭터스티커다. 또한 해당 캐릭터를 문구, 생활용품, 식음료나 패션, 미용, 전자제품(중국 DJI의 드론 등), 금융상품(티머니 등)를 비롯한 광범위한 산업분야의 상품에 적용하는 라이센싱 상품이 있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콘텐츠 상품으로도 활용되는 추세다. 라인프렌즈는 자사 캐릭터들을 활용해 중장기적으로는 디즈니랜드를 지향점으로 삼아 ‘도심 속 테마파크’의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방안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8월 태국에 450평 규모로 ‘라인빌리지’라는 소규모 테마파크를 개관했다.
라인의 캐릭터 군단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곰돌이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브라운 앤 프렌즈’와 국내외 인기연예인 등과 협업해 개발하는 ‘프렌즈 크리에이터스’다. 특히 BT21은 매출 2,000억원 돌파의 구심점이 될 프렌즈 크리에이터스의 대표작이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BT21은 앞으로도 캐릭터의 세계관을 계속 확장해서 여러 형태로 라이센싱해 다양한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BTS 멤버들이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직원들과 ‘번개 미팅’식 회의를 갖고 기획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프렌즈는 아시아 최고의 캐릭터 지적재산권(IP)기업으로 커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개발인재 등으로 고용을 늘려 창업 4년만에 총직원수가 300명을 넘어섰다. 또 창의력 높은 기업이 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직급의 ‘계급장’을 떼고 수평적인 사내문화를 조성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저희 회사 김성훈 대표조차도 직원들에게 ‘대표’ 호칭을 빼고 ‘님’자만 이름 뒤에 붙여서 불러달라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회계나 영업전문가가 아닌 전문디자이너 출신의 김 대표에게 경영을 맡긴 것은 단기적인 영업실적에 집착하지 말고 캐시카우 역할을 할 원천 IP개발에 매진하려는 회사 차원의 전략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