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발표한 ‘3차 수도권 신규택지 추진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서울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3기 신도시가 종전 신도시 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점은 긍정적이나 서울 강남권 등의 수요를 흡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추가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위치가 사실 그리 좋지 않다”며 “강남권 등 서울 업무지구로의 출퇴근 측면에서 보면 쉽지 않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토지 수용을 빨리 끝낼 수 있고,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곳 위주로 선택한 것 같다”며 “머리가 좀 아파도 광명이나 과천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역을 살폈어야 했는데 다소 안일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강남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어 보인다. 중소규모 부지 중 서울 공급 물량도 사당 이런 쪽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며 “도심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서 발표된 3기 신도시들의 교통대책 등 중요한 문제들이 다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도시를 새로 지정만 한다는 것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은 알겠지만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핫 이슈인 서울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센터장은 “(이번 공급대책으로) 서울 집값은 크게 조정받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수도권 분산효과나 집값 안정 목표에 있어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주택시장이 하향 보합세인데, 이런 상황에서 공급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나올 것 같다. 주택 가격 하락, 전셋값 약보합 등 여파가 있을 수 있다”며 “일부 괜찮은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미분양이 많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3차 택지공급 안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서울 접근성이 상당히 좋은 지역들이고, 추가로 교통망도 확보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집 사지 말고 분양을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고양 창릉은 서울 접경에서 1㎞ 이내로 서울 강북권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고, 부천 대장은 서울 서남부와 수도권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등에다 이번 신도시 발표로 집값 반등 여지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 기대와 달리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진동영·이주원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