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역사적인 닻을 올리는 ‘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세바우)’ 캠페인은 자발적인 시민 참여를 중심에 두고 있다. 제주도민은 물론 연간 1,5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은 발길이 닿는 올레길 카페에서 ‘이름만 종이’인 폴리에틸렌(PE) 코팅컵이나 플라스틱 컵 대신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종이컵을 사용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번 캠페인을 주관하는 본지와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세바우 캠페인을 위해 지난 3월 제주 올레길 인근의 카페를 대상으로 참여업체를 모집했다. 열띤 지원경쟁 끝에 최종 선정된 100여곳의 업체는 내수성·내열성을 갖췄으면서도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컵(세바우 종이컵)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세바우 종이컵은 친환경 제지코팅기술 전문업체인 리페이퍼가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PE 코팅, 폴리유산(PLA) 코팅 종이컵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원지가 젖지 않도록 PE 코팅 처리한 종이컵은 땅속에 묻으면 완전히 분해되는 데 30년이 걸리고 소각하면 유해가스가 배출되는 단점을 안고 있다. PLA 코팅의 생분해컵 역시 내열성을 갖추지 못해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바우 종이컵은 생활폐기물로 버려도 3개월 이내에 분해(퇴비화)되는데다 수거 후 별도 공정을 거치면 원지로 되돌릴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리페이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찬 음료를 담을 수 있는 이중 코팅의 냉음료 전용컵도 개발을 완료해 조만간 세바우 캠페인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카페는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기본적으로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주며 부득이하게 이동해야 할 경우 세바우 종이컵에 담아준다. 본지는 제주의 아름다운 환경을 지켜나가자는 캠페인 메시지를 세바우 종이컵에 새겨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들’ 등 베스트셀러로 독자의 사랑을 받는 정여울 작가가 ‘반딧불의 희망 곶자왈의 생명수’로 시작하는 문구를 창작했고 유명 캘리그래피 작가인 신동욱씨가 디자인을 맡아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하며 참여 의사를 나타낸 35개 기업명과 공동주최 기관명을 하단에 배치해 ‘세상을 바꾸는 우리들’의 작지만 큰 울림을 담았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삼은 세바우 종이컵은 사용 단계는 물론 그 이후의 쓰레기 배출과 수거, 자원순환까지 고려해 눈길을 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1주일에 두 번, 참여업체 매장을 돌며 종이컵을 수거한 후 제주도 내 재활용도움센터에 모은다. 이후 이 컵들은 제지 생산공장에서 별도 처리를 거쳐 재생 원지로 다시 태어나며 고급 화장지나 복사용지 등으로 재활용된다. 만약 매장 이용객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경우 주상절리·쇠소깍·사려니숲길·외돌개 등 4곳에 설치된 자원회수 로봇 ‘그린자판기’와 종이류와 캔·고철류,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수 있는 ‘클린하우스’, 재활용도움센터 등에 분리, 배출하면 된다.
무엇보다 세바우 캠페인은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환경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시행해온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토대로 세바우 캠페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쓰레기를 ‘적게 버리고 제대로 분류해야 하는’ 상황을 도민·관광객이 인식하는 데 세바우 캠페인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이미 도내 곳곳에는 별도의 규제가 없는데도 민관협력을 토대로 종이박스를 제공하지 않는 대형마트,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장례식장 등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하는 세바우 캠페인이 많은 이들의 참여 아래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자원순환에 공들여야 한다는 전 국민의 의식 개선 역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주=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