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첫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사모펀드(PEF) 중에서는 후발주자다. 하지만 2012년 대한시멘트 인수를 시작으로 2016년 쌍용양회까지 손에 거머쥐면서 자산규모 3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시멘트 회사를 키워냈다. 쌍용양회는 PEF 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투자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5년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2018년 SK해운과 SK엔카·디앤디 등을 쓸어 담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만 9년 된 PEF지만 성과도 크다. 올해 초 한앤코는 2013년 950억원에 인수한 웅진식품을 대만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했다. 인수 당시 적자에 허덕였던 웅진식품은 2018년 영업이익 201억원을 내는 건실한 회사가 됐다. 4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동부팜가야와 대영식품 등 동종업계의 기업을 ‘애드온(add-on)’했던 게 성공의 발판이 됐다.
한앤코가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물리치고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낸 것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업은 자영업 문제와 엮이면서 갈수록 수익이 낮아지는 산업군이다. 실제로 2015년 9.2%에 달했던 국내 카드사의 카드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7.7%까지 낮아져 있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올해는 수익률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한앤코의 롯데카드 인수는 첫발부터 복병을 만났다. KT 새 노조가 엔서치마케팅 매각과 관련해 한상원 대표를 탈세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송사(訟事)’에 휘말리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를 매각해야 한다. 한앤코의 한 관계자는 “세금 납부의 주체인 해당 펀드가 이미 세금을 냈을 뿐만 아니라 동종기업의 매각과 KT 측이 공시한 실사 보고서 등을 감안하면 비싸게 판 게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는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