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이후 동참 시기를 저울질 중인 롯데주류가 자사 맥주 브랜드인 ‘클라우드’와 ‘피츠’의 가격정책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산 맥주 가운데 고가 정책을 고수해온 클라우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려해 가격을 올리되 하이트진로(000080)의 신제품 ‘테라’와 경쟁해야 하는 피츠는 당분간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안이다. 대신 피츠는 가격경쟁력에 더해 이달 말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맥주와 소주의 출고가 인상시기를 놓고 최종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맥주·소주업계 선두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후발주자인 롯데주류도 인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롯데주류는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살펴보면서 인상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이런 와중에 가격 인상 결정의 최대 변수가 돼오던 정부의 주류세 개편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롯데도 조만간 출고가 인상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맥주의 경우 클라우드와 피츠의 가격 인상 시기를 달리 하는 ‘투 트랙’ 정책을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첫 출시된 클라우드는 출고가(500㎖ 병맥주 기준)를 기존 국산맥주보다 100원 가량 비싼 1,250원으로 책정하며 프리미엄 맥주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때문에 시중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도 한 병에 4,000원에 팔리는 다른 맥주들과 달리 5,000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오비맥주가 지난달 ‘카스’의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원22전으로 5% 가까이 올리면서 클라우드와의 가격 차가 좁혀지게 됐다. 결국 클라우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켜가기 위해선 출고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일부 술집에서는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가격을 6,000원으로 올려 판매하는 곳도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제조비용 상승요인에도 클라우드는 출시 이후 지난 5년 넘게 가격을 올리지 않은 만큼 인상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면 스탠더드 맥주 브랜드인 피츠는 아직 출시된 지 2년 밖에 안된데다 하이트진로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테라와 경쟁하는 만큼 당분간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사활을 걸고 있는 테라의 출고가가 1,147원으로 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피츠 출고가를 올렸다가는 테라에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롯데는 이달 말 피츠의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바꾼 제품을 내놓고 여름 성수기를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