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관점] 재주는 '마블'이 넘고 돈은 멀티플렉스가 번다

■어벤져스 1,000만 관객 돌파로 본 영화 산업

비수기 4월에 상영 점유율 80%

콘텐츠 자체 '강력한 팬덤' 업고

팝콘-피규어 세트 등 판매 불티

캐릭터 굿즈 매출도 전작 2배로

관객수 정체 속 OTT 성장에도

4DX·IMAX로 수요 파고 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인기몰이

거대자본 독과점 논란은 과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마블 캐릭터가 담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마블 캐릭터가 담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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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엔드게임’이 역대 최단 기간에 1,000만 관람객을 동원하자 국내 영화관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졌다. 연초 ‘극한직업’을 제외하고는 흥행 대작이 없어 보릿고개를 넘던 중 구름처럼 몰린 관객에 영화관 수입이 뛰었기 때문이다. 공식 집계가 되지는 않았지만 어벤져스를 상영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보름 남짓한 기간에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4월은 영화관 비수기로 불린다. 방학이나 추석·설 연휴도 아닌 비수기에 상영점유율 80%를 기록했으니 어벤져스가 영화관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관은 영화 티켓 외에도 팝콘이나 음료수를 파는 매점, 영화 상영 전 광고 등으로 부대수입을 올린다. 특히 어벤져스처럼 팬덤이 강한 영화는 다른 1,000만 영화와 달리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의 매출 기여도가 높다. 재주는 어벤져스 제작사인 마블이 넘고 돈은 멀티플렉스가 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영화관은 관람객에게 꿈과 경험을 파는 문화 플랫폼이며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라며 “콘텐츠만 뒷받침되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치산업인 영화관 운영의 성패는 결국 양질의 콘텐츠가 가른다는 얘기다. 어벤져스의 흥행을 계기로 국내 영화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S#1 관객 수 정체인데 거세지는 OTT 공세

영화관 매출이 증가하려면 티켓 가격을 올리거나 관객 수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관객 수가 지난 2013년 2억1,000만명을 넘어선 후 최근 6년 동안 정체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2억1,639만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영화관 관계자들은 국내 영화관 산업이 이미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증가율이 가파르게 둔화하고 인구 1인당 관람횟수가 한 해 평균 4.18회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른 상황이라 과거처럼 관객이 몇천만명씩 증가하면서 시장을 견인하는 상황은 더 이상 나타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관객들은 티켓 가격 인상에 민감하다. 지난해 4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 티켓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자 소비자단체는 담합 의혹까지 제기하며 철회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다른 물가가 오르더라도 앞으로 수년 동안 티켓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훌루 같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도 영화관 산업의 중장기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북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영화관 매출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2016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영화의 주 관객층인 2030세대를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아직 영화관을 대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OTT 이용시간이 늘어날수록 직접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넷플릭스 등 OTT가 영화 관객의 저변을 넓혀 영화관 산업에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스트리밍을 통해 영상을 감상하는 OTT 수요와는 별개로 4차원(4D) 영상이나 아이맥스(IMAX) 등 대형 스크린과 돌비 시스템 등 입체 사운드를 통해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원하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 등으로 여가문화가 바뀐 것도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요소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늘어난 주중 여가시간에 하고 싶은 활동 1순위는 영화 관람(16.8%)으로 조사됐다.

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관객 수 기준으로) 영화 시장이 정체상태라고 하는데 프리미엄 상영관 등을 통한 단독 상영 횟수 증가 등 영화관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1,000만 영화의 잇따른 등장과 함께 관객 수 역시 급증하는 등 영화관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개봉한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마블 캐릭터가 담긴 상품을 구매하고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개봉한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마블 캐릭터가 담긴 상품을 구매하고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S#2 티켓 외에도 팝콘·광고로 돈 버는 영화관


국내 영화관 산업은 1998년 CGV가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 CGV강변을 개장하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맞는다. 멀티플렉스는 영화 관람 환경은 물론 티켓 발권, 매점 등 관련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멀티플렉스는 영화관 관객 성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이었다. 2006년 멀티플렉스 100개, 관람객 1억5,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3년에는 관람객 2억명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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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영화관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된다. 2018년 현재 전국 483개 영화관 가운데 79.5%인 384개가 멀티플렉스다. 스크린 수 기준으로는 전국 스크린 2,937개 가운데 93.8%(2,756개)를 차지한다.

영화관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티켓 판매, 매점 매출, 광고 등 크게 3가지다. 영화관 매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티켓 판매다. 티켓 판매 매출은 부가세(10%)와 영화발전기금(3%)을 제외하고 투자제작·배급사와 영화관이 50대50으로 나눈다. 매점 매출도 적지 않다. 영화관들은 다양한 팝콘 콤보 등 먹거리를 판매한다. CGV는 어벤져스 개봉에 맞춰 팝콘과 피규어 케이스, 음료 등이 담긴 탑퍼 콤보(1만6,500원), 프리미엄팩(3만원)를 내놓았다.

어벤저스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판매도 매출을 올리는 데 효자 역할을 했다. CGV의 영화 굿즈 전문 스토어 씨네샵이 어벤져스 굿즈 출시 이후 1주일 동안의 매출과 이용객을 분석한 결과 전작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비교해 매출은 2배가량 증가했고 이용객은 156% 증가했다. 선보인 신상품 17종의 초도물량이 80% 이상 소진되면서 추가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신이 좋아하는 히어로의 굿즈를 소장함으로써 특별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하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CGV는 전체 159개 영화관 가운데 27곳에 시네샵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상영 직전에 나오는 광고 역시 영화관 매출이다. CGV는 지난해 1,458억3,500만원의 광고 판매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12%가량 줄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2%에 달한다.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티켓 매출 비중이 65%, 매점 20%, 광고 10% 선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점이나 굿즈 상품, 광고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부가가치는 티켓 판매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S#3 문화 플랫폼 된 영화관…독과점 논란은 과제

멀티플렉스가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영화관 산업 전반을 둘러싼 미래 환경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멀티플렉스는 해외진출과 첨단기술이 담긴 특별관 개장, 부대사업 등을 통해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했다. 국내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어렵자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것이다. 현재 베트남 영화관 시장 점유율은 CGV가 50%, 롯데시네마가 20%에 달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전체 인구의 3분의1이 30세 이하”라며 “젊은 층이 두툼한 베트남 인구구조는 베트남 경제성장과 함께 영화관 관람객 수가 급증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CGV는 베트남 영화 시장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CGV베트남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철회했다.

독립극장과 달리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멀티플렉스는 특별관 중심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돈을 더 내더라도 다른 고객들과는 다른 특별한 체험과 서비스를 즐기겠다는 수요를 노린 것이다. GGV는 에어샷·바람·물 등 다양한 효과와 모션체어로 오감 체험 만족도를 높인 ‘4DX’와 3면 스크린 서비스인 ‘스크린X’ 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역시 오감 체험관인 ‘수퍼4D’와 대형 스크린, 고화질 영상이 강점인 ‘수퍼S’ 등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메가박스는 사운드가 차별화된 ‘MX’관을 운영한다.

부대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지난해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분사한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는 영화 외에도 뮤지컬·콘서트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외 주요 영화 7,000여편을 보유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시츄’도 론칭했다.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과점 논란도 멀티플렉스가 풀어야 할 숙제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개봉 초기 상영점유율이 80%를 넘어서면서 스크린상한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대작들이 극장가를 싹쓸이할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지만 ‘관객 선택의 다양성’과 ‘시장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진전이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곤 논설위원 mckids@sedaily.com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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