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충북 영동의 한 저수지에서 실종 이틀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팀 소속의 이용준 형사(당시 나이 27세)의 사망은 유서와 휴대폰 등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뚜렷한 타살 혐의도 나오지 않아 혼자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9년이 흘러 이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이 형사가 숨질 당시에도 강남지역 경찰과 유흥업소 사이에 검은 공생 관계가 사회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 형사도 유흥업소와 경찰의 보이지 않는 거래 속에 희생양이 되지 않았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 형사는 실종 직전 역삼지구대에 들러 사건 서류를 복사해 갔다. 역삼지구대는 이 형사가 과거 근무했던 곳으로 우리나라 최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관할하는 곳이다. 클럽 버닝썬도 역삼지구대 관내다. 이 형사는 다음날 경찰서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부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 혼자 사고를 내고 충북 영동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다. 차량은 크게 부서졌지만 이 형사는 혼자 걸어다닐 정도로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 그런데 치료를 받던 이 형사는 스스로 링거 바늘을 뽑고 병원 밖으로 사라진다. CCTV에 포착된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이틀 후 이 형사는 영동군 주민들도 잘 모르는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이 형사는 병원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있는 이 저수지를 왜 갔을까. 제작진은 당시 저수지 인근 주민들을 모두 탐문한다. 당시 경찰은 이 형사가 자살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다른 얘기를 한다. 사건 초기 수사가 부실했던 정황들을 지적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 형사가 숨지기 전, 인적 드문 이곳에 낯선 검은 차량이 들락날락했고, 새벽엔 비명 소리도 들렸다는 것이다.
타살을 의심할 만한 단서들이 있는데도 경찰은 처음부터 이 사건을 자살로 추정한다. 경찰은 이 형사가 여자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기자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이 형사는 당시 여자 친구가 없었다.
이용준 형사의 아버지는 <세븐> 제작진에게 경찰이 뭔가를 감추려는 흔적이 역력했고 자살로 몰아가는 느낌이었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꼭 밝혀달라고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