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총수 지정 지연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를 포함한 친인척, 아들 조원태 회장 간의 재산을 둘러싼 집안싸움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총수 지정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한진그룹 후계구도가 모자(母子) 간 갈등 양상을 빚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 한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차기 그룹 동일인(총수)에 조원태 회장을 내세우는 것으로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다”고 전했다. 가족 간에 조 회장을 차기 총수로 세우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배분과 지분구조를 놓고서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진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총수 변경 신청서’를 기한(8일) 내 제출하지 못했다.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적인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세간에는 3남매(조현아·조원태·조현민) 간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그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산배분과 지분구조에 대해 이씨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84%에 대해서도 가족 간에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된 것으로 안다”면서 “조양호 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한진칼 지분 17.84% 상속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민법상 고인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1.5 비율을 가져가고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각각 1씩 돌아간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3남매의 경영권을 놓고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재영·이재용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