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 ‘9·11’ 자막을 붙이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대견하다. 무수히 쏟아지는 음악들 사이에서 귀가 솔깃한 영상들을 귀신처럼 유저들에게 던져 놓으니 말이다. 앙상블이 압권이라는 지인의 말에 밥 제임스의 2010년 자바 재즈페스티벌 동영상을 뒤적이다 ‘얻어 걸린’ PREP도 그런 경우다.
키보드주자 겸 작곡가 ‘르웰른 압 밀딘(Llywelyn Ap Myrddin)’, 보컬 ‘톰 헤브록(Tom Havelock)’, 드럼의 ‘기욤 잠벨(Guillaume Jambel)’, 기타와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댄 래드클립(Dan Radclyffe)’으로 구성된 영국의 4인조 밴드 PREP은 지난 2016년 발표한 데뷔앨범 ‘Futures’의 수록곡 ‘Cheapest Flight’가 힙스터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면서 국내에도 상당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드럼, 기타, 베이스, 신디사이저가 만들어낸 재지한 사운드는 톰 헤브록의 개성 넘치는 보컬과 어우러져 청량감이 넘친다.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 탓에 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는 요즈음에 듣기에 제격이다.
EP 2집 ‘Cold Fire’의 동명 타이틀곡인 ‘Cold Fire’에는 한국의 R&B 싱어 송 라이터 이자 프로듀서인 딘(DEAN)이 합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음악만큼 눈길이 간 건 그들의 앨범 커버들이다. 영국의 팝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아크워크는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70~80년대 시티 팝 앨범들을 떠오르게 한다.
2집 ‘Cold Fire’의 커버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작품 ‘나이트 호크 (Nighthawks)’의 영락없는 오마주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급격한 산업화, 대공황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미국인들의 고독과 절망감을 빛과 그림자의 키워드로 표현한 ‘호퍼적 이미지’가 도시적이지만 어딘가 쓸쓸한 PREP의 사운드와 묘하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