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출연한 영화 ‘악인전’은 개봉 전부터 여러 화젯거리를 낳고 있다. 15일 국내 관객들과 만나는 이 영화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104개국에 일찌감치 수출됐으며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인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발보아픽쳐스는 ‘악인전’의 리메이크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스토리 외에 국내 영화계가 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악인전’은 신생 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창립작이다. 올 들어 CJ엔터테인먼트·롯데컬처웍스·쇼박스·NEW 등 기존의 ‘메이저 4강(强)’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신생 회사들의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악인전’이 마이너 배급사의 자존심을 세우고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창립작인 ‘악인전’을 시작으로 올해 ‘클로즈 투 유’ ‘해치지 않아’ ‘변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을 예정이다.
‘악인전’의 메인 투자회사로 참여한 키위미디어그룹 역시 아직은 충무로에서 입지가 두텁지 않은 회사다. 지난 2017년 ‘범죄도시’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으나 ‘대장 김창수’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잠시 주춤한 키위미디어그룹은 ‘악인전’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각오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는 ‘유체이탈자’ ‘범죄도시 2’ 등의 작품을 통해 투자 외에 배급까지 영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충무로가 이들 회사의 공격적인 행보를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올 들어 신생 투자·배급사가 내놓은 작품 대부분이 메이저 4강 구도를 뒤흔들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정훈 쇼박스 전 대표가 설립한 메리크리스마스는 지난 1월 첫 투자·배급 작품인 ‘내 안의 그놈’이 손익분기점(120만명)을 뛰어넘는 1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으나 노년의 로맨스를 다룬 ‘로망’이 7만6,000여명을 불러 모으는 데 그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배우 이범수가 영화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상황은 더 우울하다. 이 회사는 한류 스타인 정지훈을 기용해 13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자전차왕 엄복동’을 지난 2월 선보였으나 손익분기점(40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17만 관객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이들 신생 투자·배급사가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면서 CJ엔터테인먼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롯데컬처웍스·쇼박스 등 기존 메이저 회사들이 1~3월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신생 회사들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훌륭한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며 “콘텐츠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메이저 회사들의 장악력에 균열을 내기는커녕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