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1조4,400억원을 써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이르면 13일로 예정된 인수 본계약(주식매매 계약체결)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인수가 끝났나 싶었는데 롯데카드 노조의 내부 반발과 한앤코의 탈세 의혹 등이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노조는 최근 한앤코의 롯데카드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고 매각 절차 백지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3일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는데 지분 80%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약 1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써낸 인수가격보다 4,000억원 이상 더 써낸 것이 노조를 자극했다. 롯데카드 노조 측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가격을 제시한 만큼 한앤코가 인수하면 신규 채용 중단 등 사실상의 인력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롯데카드 노조 관계자는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생각하면 인력·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롯데지주에 노조의 요구를 전달하고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신사업 규제 등으로 카드 업황의 미래가 밝지 않은 상황에서 한앤코가 상대적으로 고가의 인수가격을 써낸 게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롯데카드로서는 그룹의 후광효과가 사라진 점도 내부 동요를 키우고 있다. 이달 초 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카드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카드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카드를 장기 신용등급 등급감시(watchlist) 하향 검토에 등록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로서는 회사채 등을 발행해 외부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조달 비용을 높인다는 점에서 카드사 수익성과 직결된다. 롯데카드 임직원들이 한앤코에 매각되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모두 대기업이나 금융그룹 계열로 신평사들은 계열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카드사들의 신용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글로벌 신평사들 역시 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을 반영해 4~5단계의 등급을 상향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롯데카드 측은 “이번 신용등급 하락은 롯데쇼핑 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것으로 이미 채권 발행금리에 선반영된 만큼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말까지 롯데카드의 만기 도래 채권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하면 발행금리 상승 등이 동반돼 인력 감축이나 신사업 중단 등 자연스레 다운사이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롯데그룹의 경영원칙상 감원하지 않는 분위기에 익숙한 내부 직원들이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 임직원 수는 1,700여명으로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없다는 전제를 깔면 엑시트(exit) 기간을 감안할 경우 적정 인수가는 1조원 이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라인 광고대행사 엔서치마케팅을 KT 종속회사인 나스미디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탈세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KT 새 노조로부터 한상원 대표가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차질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이달 중이나 다음달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으로서는 하나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과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를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매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 투자에 특화해온 한앤컴퍼니가 1조원대 금융사를 인수하려고 처음 나섰지만 딜이 깨지면 “무리수를 두다 낭패를 봤다”는 평판 리스크가 따라다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