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임블리 호박즙’ 사건이 터졌고 ‘제2의 스타일난다’를 꿈꾸던 임블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임블리 홈페이지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직후 임씨는 전액 환불 조치가 아닌 SNS 댓글창을 막아버리고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 불씨는 화장품·의류·샤워기필터 등 다른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로도 옮겨붙어 꺼질 줄을 모른다. 심지어 임블리 제품이 입점해 있는 유통업체들은 남은 계약 기간 매출 하락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의 매장 철수 항의까지 빗발치고 있다.
임블리의 소통으로 흥하고 소통으로 망하는 흥망성쇠를 보면서 네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임블리가 추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고객에 대한 정성과 빠른 대응 등 고객 관리 측면에서 많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팔로어 82만명을 보유한 임블리는 ‘품질’로 승부하기보다 ‘내 편 만들기’로 승부했던 탓이 큰 것 같다. 과거보다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최강 소비 권력이 되면서 사회는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을 더욱 갈구한다.
소비자들이 임블리의 화장품을 구매한 것은 착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트러블을 가라앉히고 좁쌀 여드름도 들어가며 임산부 및 생후 6개월 아이에게도 사용이 가능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이라는 광고를 믿고 샀다. 하지만 이는 콘셉트 일뿐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임상을 받지 않아 임블리 화장품은 식약처로부터 과대광고 처분을 받았다. 국내 뷰티 브랜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더마화장품’ 트렌드에 올라타 성분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단순한 ‘성분’이 아닌 소비자의 피부에 ‘안전’한지 여부를 앞세운 ‘착한 품질’ 제품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착한 품질의 기업은 초기에 알아봐 주는 소비자가 적을지라도 결국 소비자의 믿음을 딛고 분명 흥한다. 요즘처럼 투명한 SNS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보지 못하고 만져볼 수도 없는 가상의 세계에서 자동차·집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정성’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가장 큰 덕목이 됐다. SNS의 신기루에서 고객과의 믿음이 축적되기 위한 양질의 거름은 정성이다. 임블리가 나를 믿고 사준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감사하고 안타까워하며 호박즙 사태를 정성으로써 대응했다면 여기까지 왔을까. 임블리 사태는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개인이나 다른 인플루언서, e커머스 시장에 발을 담근 온오프라인 기업들에 다시 한번 자신들을 점검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인플루언서에게도 이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 그들은 이미 많은 팔로어 수를 보유한 연예인급으로 성장했다. 동경하던 연예인의 과오가 드러났을 때 하루아침에 혐오와 증오로 바뀌는 대중의 민낯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런 하이리스크를 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과 책임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법망을 피해 있던 SNS 쇼핑몰을 법의 울타리 안으로 포함시킬 때가 온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SNS상에서 행해지는 거래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로써 SNS 쇼핑 이용자 10명 중 3명(30%)은 제품 불량, 환불·교환 거부, 연락 두절 등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서울시의 조사도 있다. 인플루언서의 과대광고는 법적 대상이 되지 않을뿐더러 인스타그램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에 대해 합당한 세금납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 만큼 21세기 전자상거래 시장을 담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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