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안재용 "모든 건 발에서...유리구두는 잊고 발에 주목하세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안재용

6월 12~14일 '신데렐라'로 첫 내한 공연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모든 건 발에서 다 이루어집니다. 발에 주목하세요. 무도회 장면에서도 여자들이 구혼을 요청하는데 왕자들은 그녀들의 발만 봅니다. 재미있는 설정이죠”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 ‘신데렐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수석 무용수 안재용(28)의 귀띔이다. 그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원작에서는 유리구두가 이야기의 키 포인트이지만 몬테카를로 버전에서는 맨발”이라며 “신데렐라 발의 금가루가 유리구두를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레단이 한국을 찾기는 14년만으로 공연은 오는 6월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안재용의 첫 내한 무대이기도 하다.


통상 발레는 뼈가 굳기 전인 어릴 때 입문해야 대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안재용은 17세 때 발레를 시작했다. 이후 2016년 이 발레단에 입단해 2017년 ‘세컨드 솔로이스트’, 지난해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로 초고속 승급했다. 현재 이 발레단에는 최고 무용수 단계인 ‘에투알’이 없기 때문에 안재용의 등급이 가장 높다. 그의 발레리노 인생은 영화 ‘백야’ DVD 한편에서 시작됐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에서 안재용 수석무용수(왼쪽)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제공=(c)Alice Blangero, 마스트미디어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에서 안재용 수석무용수(왼쪽)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제공=(c)Alice Blangero, 마스트미디어


“누나가 오페라 가수인데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때 언뜻 내게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니 발레를 하면 어울리겠다고 말했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성형외과 의사가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누나가 놓고 간 영화 ‘백야’가 내 삶을 바꿔놓았어요. 주인공인 발레리노 마하엘 바리시니코프의 첫 장면부터 완전히 마음을 뺏겼어요. 남자 무용수가 어떻게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날로 발레를 시작하면서 2학년 때 부산예고로 전학 갔어요”


늦게 입문한 만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매일 연습에 매진했다. 안재용은 “예종에서 했던 것들이 해외에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뛰어났던 것 같다”며 “발레가 서양 무용이지만 풍류를 즐겼던 한국인의 춤에는 색다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해외 유명 무용단에 중국, 일본 무용수들이 굉장히 많지만 한국인은 이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그 몇 안 되는 무용수들이 모두 아주 잘한다. 우리 발레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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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기본기를 닦았다면 안재용을 세계적인 무용수로 키운 사람은 프랑스 출신의 거장 장크리스토프 마이요다. 그는 1993년 몬테카를로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초빙된 뒤 발레단을 세계 정상급으로 키워냈다.

그는 입단 2년만에 수석 무용수로 오른 비결에 대해 “감사하게도 처음부터 중요한 배역과 나의 예술세계를 펼칠 기회를 많이 주셨다”며 “마이요 선생님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리허설 태도나 방식이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며 “한번 얘기하면 완전히 고쳐서 올 뿐만 아니라 완전히 내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온 점이 어필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에서 수석무용수 안재용이 연기하고 있다/사진제공=Alice Blangero,마스터미디어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에서 수석무용수 안재용이 연기하고 있다/사진제공=Alice Blangero,마스터미디어


안재용은 몬테카를로에 대해 “아주 현대적이지만 컨템퍼러리 무용단이 아닌 네오 클래식”이라며 “고전 발레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며 최고의 무용수들이 함께 만드는 꿈의 무대”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마이요 감독은 자유로운 연출로 유명하다. 이번 ‘신데렐라’에서도 동화와 현실이 공존한다. 엄마가 요정이 돼 나타나는가 하면 유리구두와 호박 마차 대신 성형수술이 등장한다. 그는 첫 내한 공연을 맞는 소감에 대해 “너무나 기쁘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분명 한국인 무용수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몬테카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동료에게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며 “외적 인기는 여러 이유로 얻을 수 있지만,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건 진정한 실력과 인품을 갖춰야 가능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물론 지금 내가 시기와 질투에 둘러싸인 건 아니다”라며 답변 옆에 눈웃음 모양의 이모티콘 ‘^^’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나아가 “내 춤을 보고 관객도 영감을 얻어 자기 시간을 표현하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자기표현은 춤이 아니어도 괜찮다. 글, 노래, 그림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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