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해외신탁 꼼수증여·다단계 눈속임…국세청, 역외탈세 104건 세무조사

과세당국이 역외 탈세 혐의가 큰 자산가와 기업, 외국 회사를 겨냥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16일 외국계 법인 21개사와 내국 법인 63개사, 자산가 20명 등 지능적 역외탈세 104건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스위스와 싱가포르로부터 입수한 탈세 정보도 적극 활용하고, 역외 탈세 기획이나 실행에 적극 가담한 혐의가 있는 금융전문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과거에는 세율이 낮은 조세회피처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 자산을 빼돌리는 수법을 썼으나 최근에는 세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업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식으로 복잡한 구조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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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A사는 우리나라 기업과 만든 합작법인을 청산하기 위해 합작법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주식 맞교환을 하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합작법인이 본사로부터 돈을 빌려 우리나라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게 했다. 이 때문에 합작법인은 A사로 넘어간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비용을 내야 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변칙계약으로 합작법인의 소득을 유출한 것으로 판단, 1,700억여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했다.

국내 매출보다 해외 계열사 매출이 현저히 큰 이른바 빙산형 기업 B사는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특허기술을 사주 일가가 소유한 해외 법인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 사주일가는 해외법인으로부터 상식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월급을 받아 챙기며 호화생활을 했다. 국세청은 B사 사주일가에 소득세 등 120억여원을 추징했다.

또 C사 사주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법인을 통해 중국과 네덜란드 등지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의 다단계 회피 수법으로 수년간 해외 현지법인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세회피처에 있는 신탁회사에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법인 주식을 신탁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신탁 수익자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편법 승계하고 증여세를 탈루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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