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재임 중 노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먼저 추도사를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보다 앞서 마이크를 잡는다. 노무현재단 측은 “해외에서 온 손님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임을 감안하면 보수와의 ‘통합’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는 23일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도식에서 먼저 유족들이 인사말을 하고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사를 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후 문 의장, 이 총리의 추도사가 이어진다. 이 관계자는 “다른 행사로 방한하는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겠다고 먼저 제안해왔다”고 설명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이는 ‘애증의 관계’로 요약된다. 특히 북한 문제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은 북한을 포용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부시 전 대통령은 제재를 강조했다. 남북 2차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2007년 9월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장은 갈등의 정점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종전선언 등에 대한 말씀을 빠트리신 것 같다”고 부시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말하느냐”며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서전 ‘결정의 순간’에서 노 전 대통령을 두고 “몇 가지 주요 현안과 관련해 그가 보여준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2009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애도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2006년 9월 미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내 재임 기간 한미관계에 가장 많은 시끄러운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갈등이 표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용에서는 가장 많은 변화와 결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고 이라크 파병도 있었다.
/이태규·방진혁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