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웨지로 컨트롤 샷 하면 되죠.”
“오르막까지 다 보면 한 클럽 더 긴 게 좋겠어요.”
17일 충북 청주의 이븐데일CC(파72)에서 열린 덕신하우징 전국주니어골프챔피언십. 초등학생 대회인데 웬만한 프로 대회 못지않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가 어린이들은 카트에서는 엄마가 싸준 간식을 먹으며 같은 조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클럽을 잡으면 눈빛부터 달라졌다.
세계 1위 건축용 데크플레이트 업체 덕신하우징이 주최하고 본지와 대한골프협회가 후원하는 덕신하우징 주니어 대회가 골프 꿈나무들 사이에 ‘필참’ 대회로 자리 잡고 있다. 6회째를 맞은 올해는 역대 최다인 183명이 참가하는 등 매년 참가자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니어 상비군 포인트가 걸린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주관 대회인 이 대회는 주니어 대회로는 드물게 프로 대회처럼 갤러리 입장을 허용하고 시상식도 연습 그린 위에 레드카펫을 깔고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 3회 대회 우승자이자 덕신하우징 후원선수인 윤이나(창원남중3)는 올해 국가대표로 뽑혀 12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관하는 대회 출전권도 최근 따냈다.
대회의 인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커져 세계 최대 골프 피팅 전문업체 등 10여곳이 협찬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유명 교습가를 섭외해 연습 그린에서 원포인트 퍼트 레슨을 진행하는가 하면 참가 어린이들과 가족들에게 경기 후 샌드위치와 김밥 등 무료식사도 제공했다.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은 “신청자가 몰려 참가 신청이 사흘 만에 마감됐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어린이를 초청하지 못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며 “내년에는 대회를 더 키울 계획도 있다. 36홀 코스를 빌리면 출전자 수를 350명 정도로 늘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98년 박세리 선수의 US 여자오픈 우승을 보고 어른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훌륭한 선수를 더 많이 발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 골프대회를 열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이유”라며 “상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훨씬 더 기쁜 법”이라고 설명했다.
18홀씩 이틀간 36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진행된 대회에서 5·6학년 남자부 우승은 김태규(남원초6), 여자부 우승은 이효송(무학초5)이 차지했다. 김태규는 이날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를 치는 등 합계 이븐파 144타로 역전 우승했다. 이효송은 이틀간 5언더파 139타를 쳤다. 5·6학년 학생들은 성인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는 화이트 티잉그라운드에서 경기했다. 만 열두살짜리 김태규는 154㎝의 크지 않은 키에도 평균 드라이버 샷 220야드를 찍었고 이효송은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쓰는 신동답게 굴곡이 심한 산악코스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덕신하우징으로부터 매달 장학금을 받으며 꿈을 키우고 있는 김태규는 “골프의 매력은 스릴이다. 한 홀을 못 쳐도 다음 홀에서 만회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겪을 수 있다”며 “방과 후 매일 3시간씩 연습하고 있는데 최경주 프로님처럼 기본기가 훌륭하고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1~4학년 남자부는 3언더파 141타의 안성현(나산초4), 여자부는 9오버파 153타의 박지영(금성초4)이 우승했다. 우승자에게 고학년 80만원, 저학년 50만원 등 총 1,080만원의 장학금이 돌아간 이번 대회는 JTBC골프가 녹화 중계한다.
/청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