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단독]홍남기 "국가부채 마지노선 40%로 재정 운용" 文 "근거가 뭐냐, 미국은 107%라는데"

긴장감 팽배했던 16일 재정전략회의

홍남기 재정건전성 강조했지만

文 선진국 채무비율 언급 하며 강공

여권 실세들 "내년 예산 두자릿수 인상 필요"

당청 압박에 재정 악화 우려 커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연합뉴스



지난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 정책’ 주문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을 40%로 본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가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재정 건전성’의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간곡히 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미국은 107%, 일본은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13%인데 우리나라는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 확대 가속 페달을 밟는 문 대통령과 나라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 간의 미묘한 인식차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을 보는 시각이 다소 달랐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과 부총리 간 국가채무비율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지자 또 다른 참석자는 “우리 국가채무비율이 40%니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가 저성장, 저출산 구조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런 인식을 하고 재정 정책을 쓰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다만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질타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 소극적인 거 아니냐는 식의 발언을 하긴 했으나, 질타를 하거나 근본적으로 견해가 다른 그런 차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는 또 이목희 일자리위원장이 “두 자릿 수 예산 증가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재정확대 주문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재정 확대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에 대한 견해가 다소 달랐다”며 “이목희 위원장이 두 자리 수로 해야 한다고 한 반면, 홍 부총리는 한 자릿수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여권 실세들의 ‘재정확대’ 강공에 홍 부총리가 외로이 맞선 모양새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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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국채 발행(3조6,000억원)을 하게 되면서 2016∼2018년 38.2%에서 39.5%로 높아질 전망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0.2%로 40%를 돌파한 뒤 2022년에는 4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정부에서는 고령화·통일 등 미래 재정수요를 감안해 국가채무 비율 40%와 관리재정수지 -3%, 통합재정수지 흑자를 일종의 보루로 여겨왔고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 앞에서 이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실세들이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재정 확대를 강력히 주문하면서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 또한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국가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재정 낙관론’이 과하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선진국과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수평으로 비교하긴 힘들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가 재정부양책을 권고했다고 해도 참고사항 정도로만 생각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자리와 복지 정책 등으로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제악화로 법인세가 줄어드는 등 각종 세입여건이 나빠짐에 따라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조기에 -3%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지표로 재정건전성 척도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1.8%, 2022년 -2.9%로 전망됐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재정 확대 주문으로 내년 본예산은 사상 최대인 500조원대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정연·황정원·윤홍우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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