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양대 이동통신사와 5세대(5G) 네트워크 사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일본 시장을 점검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화웨이가 제재를 받는 등 통신장비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재계는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앞둔 내년 5G 상용화에 나서는 만큼 삼성의 비즈니스 확대 모색과 경색된 한일 관계 해빙에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평가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도쿄를 찾아 일본 내 1, 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 KDDI의 경영진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번 만남에서 이 부회장과 일본 통신사의 경영진은 내년으로 예정된 현지 5G 시대 본격 개막을 앞두고 5G 조기 확산 및 안정적인 서비스 안착을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일본 5G 시장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일본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행사인 만큼 5G 시장 확대에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에서 시장을 둘러본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도쿄 올림픽의 무선통신 분야 공식파트너사로 현지 회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1년 전에도 이 부회장이 일본을 찾아 NTT도코모·KDDI의 최고경영자와 회동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기업인 NEC와 5G 분야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성과도 나고 있다.
일본 스마트폰 사업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3월 갤럭시 쇼케이스 중 최대 규모로 개관한 ‘갤럭시 하라주쿠’를 방문해 고객 반응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도쿄 올림픽을 기념해 개관한 갤럭시 하라주쿠는 지상 6층~지하 1층 규모로 전 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가운데 최대 규모다. 1,000대 이상의 스마트폰으로 디자인됐다. 이런 공을 들인 결과 최근 삼성의 일본 스마트폰 사업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점유율이 3%대까지 떨어졌지만 작년에는 6.4%로 반등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올 들어 네 번째다. 앞서 2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면담하고 5G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3월에는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의 장남 결혼식 참석차 뭄바이를 들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사실상 경영에 복귀한 후 현재까지 총 12번 해외로 나갔다.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오너’의 몫이 아니냐”며 “특히 꼬여 있는 대(對)일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