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증시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계속되는 것에 대한 피로감으로 조정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0.69% 내렸다. S&P는 0.76%, 나스닥은 1.27% 하락했다.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및 자동차 관세 등 무역정책 관련 소식, 영국 브렉시트 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무역정책 관련 소식들이 엇갈리면서 증시도 변동성을 보였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우려가 다시 커졌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미국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한 점이 불안을 부추겼다. 가오 대변인은 미국의 ‘가해행위(bullying behavior)’로 무역 협상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양국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행동을 빨리 바로잡기를 촉구한다”며 양국 갈등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 결정을 6개월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했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도 철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시건대 소비자태도지수가 15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경제 지표가 긍정적이었던 점도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다우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한 이후 지표 호조 및 자동차 관세 연기 발표, 철강 관세 철폐 등의 소식에 힘입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미·중 협상이 교착상태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는 재차 급하게 반락해 결국 하락 마감했다. 무역 갈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도 커졌다. 영국에서는 제1야당인 노동당과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방안 합의가 결국 무산됐다. 노동당과 영국 정부는 지난 6주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동지역 긴장도 팽팽하다. 이란 혁명수비대 무함마드 살레 조카르 부사령관은 미국이 최근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겨냥해 “우리의 단거리 미사일조차도 페르시아만 군함들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위협을 내놨다.
글로볼트의 톰 마틴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시장의 가격은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
지난주 미 국채 가격은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도 하락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5.9bp 떨어졌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이번 주 4.8bp,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7bp 떨어졌다. 이로써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20.0bp에서 19.1bp로 축소됐다.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102.4로, 전월 확정치인 97.2에서 올랐다.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최근 15년 동안 가장 높다는 의미다. 기대심리 역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또 4월 경기선행지수 역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미국이 캐나다 및 멕시코와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폐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조치로 세 나라의 새로운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합의(USMCA) 비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결정을 6개월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긴장은 여전하다. 중국의 관영 소셜 미디어 계정인 타오란 노트는 “미국이 진정성을 정말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 없다면, 그들이 중국에 와서 대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곧 중국으로 가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중국 상무부는 방중 계획을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루베이 에셋의 안토니 케틀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가 반등하면 양국의 스탠스가 더 단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가 지난 13일 급락 이후 하락분을 거의 만회했지만, 미 국채수익률은 주가만큼 반등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부진한 경제지표와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이탈리아 재정 문제, 브렉시트 등의 유럽 정치 불확실성,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등이 이런 요인이다.
냇웨스트 마켓의 분석가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기자회견에서 중국 지표 개선을 지목했다”며 “최근 인플레이션 약세가 일시적이라는 말과 함께 투자자들은 중국에 대한 이런 멘트가 주된 두 가지 매파적인 강조 포인트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낙관론의 이유 중 하나가 약해졌고, 연준은 현 정책 기조에 대해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지난주 달러화 가치는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무역 긴장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지표에 힘입어 상승했다. 반면 노딜 브렉시트 공포에 파운드화는 4개월 이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내내 올라 주간 상승률이 0.69%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우려는 이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미국 경제에 달러 매수는 계속됐다.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인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5월 102.4로, 최근 15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 심리 역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4월 경기선행지수도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된 점 역시 달러 강세를 도왔다. 다음 주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둔 데다, 영국 정부와 제1야당 노동당의 브렉시트 방안 합의가 무산되면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 문제도 유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파운드-달러는 이날 0.57% 내려 최근 4개월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동당과 영국 정부는 지난 6주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다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 6월 중순께 후임자를 선출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RBC 캐피털의 아담 콜 외환 전략가는 “메이 총리의 조기 퇴진, 새로운 총리 등으로 시장의 시나리오가 모이고 있다”며 “노딜 브렉시트 위험은 늘었고, 파운드는 그 결과 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BK에셋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외환 전략 매니징 디렉터는 “유럽의 각종 불확실성 때문에 마지막 보루로 달러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유럽과 일본 등의 수입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유로는 잠깐 상승 폭을 줄이기도 했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무역 협상 재개 기대가 줄어 위안화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달러-위안은 6.9위안대로 올랐다. 중국 중앙은행은 외환 개입과 통화정책 수단을 써 위안이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서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JFD 브로커의 차라람보스 피소우로스 선임 시장 분석가는 “전일 반등에도 위험 심리 회복이 오랜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신뢰가 부족하다”며 “미국은 말로 중국을 공격했고, 중국은 기꺼이 대응해 어떤 최악이 기다리고 있는지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유시장
지난주 유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이 제기되며 소폭 하락했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8% 올랐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지역 정세와 주요 산유국의 생산 관련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OPEC 및 주요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이번 일요일 사우디 제다에서 회담을 열고 산유국 감산 합의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산유국들이 지난해 말 합의한 감산 목표 하루평균 120만 배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원유 생산을 줄인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해당 합의 한도 내에서 산유량을 늘릴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동 지역의 긴장이 팽팽한 점은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 무함마드 살레 조카르 부사령관은 “우리 단거리 미사일조차 페르시아만의 군함들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미국이 최근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했다. 중동 지역에서 추가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점도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원유 채굴 장비 수는 지난주보다 3개 줄어든 802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지역 정세가 지속해서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현재 원유 시장 수급이 균형이더라도 유가는 중동 지역 정세에 여전히 민감하다”면서 “소소한 군사적인 이벤트들이 지정학적 위험의 프리미엄을 서서히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SPI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테판 이네 트레이딩 대표는 “미국이 군사 배치를 늘리는 등 지금처럼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는 작은 실수도 중동 지역의 화약고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전망 (20~24일)
이번 주 뉴욕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는 데 따른 경계심도 적지 않고, 중동 지역과 긴장과 영국 브렉시트, 유럽연합의회 선거 등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도 커져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과 미국이 다시 대결 모드로 돌아서면서 금융시장의 긴장이 팽팽하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의 미국 내 사업을 제약하는 행정명령을 내놓고, 중국은 미국의 횡포로 협상이 무산됐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어느 시점에는 결국 합의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단기간 내 긴장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졌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연기하고, 캐나다 및 멕시코에 대한 철강 관세를 철폐키로 하는 등 중국 외 지역에서의 갈등은 완화했다. 다만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압박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는 만큼 중국과 갈등 장기화 우려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5월 FOMC 의사록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20일 오후 7시(이하 미 동부시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 금융시스템 위험 평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FOMC 의사록은 22일 공개된다.
이밖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한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대거 예정됐다. 연준은 지난 회의 통화정책 성명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파월 의장은 하지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물가 약세는 ‘일시적’이라고 반박하며 곧바로 금리 인하 기대를 꺾어놨다.
FOMC 의사록과 파월 의장 발언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투자 심리가 다시 한 번 위축될 수 있다. 무역 긴장 고조를 이유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운 상황이다.
글로벌 정치 변수도 주요 재료가 될 수 있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긴장이 팽팽하다. 영국에서도 정부와 노동당의 브렉시트 방안 협상이 무산되면서 향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유럽연합의회 선거도 오는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반 유럽연합(EU) 성향의 정당들이 선전할 경우 유럽 통합 저해 우려가 부상할 수 있다.
20일에는 4월 시카고 연은 국가활동지수가 나오고, 홈디포가 실적을 발표한다. 21일은 4월 기존주택판매, 타겟 실적이 예정되어 있다. 22일에는 FOMC 의사록이, 23일은 정보 제공업체 마킷의 5월 서비스업 및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4월 신규주택판매 지표도 나온다. 24일에는 4월 내구재수주가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