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을 것이다. 최근 딸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문제를 다시금 실감했다.
딸의 질문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대공황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자신의 연금이 최대 80%까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상황으로 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피부로 다가온 모양이다.
25세 나이의 딸이 40년 뒤에 받게 될 연금의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모습에 놀랐다. 대부분의 장기 투자자는 성장형 포트폴리오 성향을 보이는 연금펀드의 변동성에 대해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성과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특히 은퇴 시기에 가까워진 투자자들이라면 투자 손실을 만회할 기회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펀드 성과에 대한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딸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요약해보자면, 다가올 2020년은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있지만 대공황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어려움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여러 국가들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칠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각국의 의지와 그 효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딸의 연금펀드(호주의 퇴직연금)와 관련해서는 단기적 성과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25세라는 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투자를 멈추기보다 4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변동성이 큰 시기를 잘 견뎌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긴 투자 기간과 손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때 지금 연금펀드를 굳이 현금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2018년은 투자자들에게 정말 힘겨운 한 해였다. 아주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투자에는 위험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음은 물론 전 세계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없는 시장 환경을 일부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매우 풍부했다. 이 자금들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글로벌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의 우수한 성과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긴축과 금리 인상을 시행하자 변동성 확대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렸고 결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계획 보류와 양적 긴축 속도 조절 등을 발표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시장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채권 금리는 낮고 신용 스프레드는 좁혀졌으며, 특히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높아 보이는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매우 낮은 중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시장 환경에 휩쓸리지 말고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시장이 우리에게 보내준 ‘주의 메시지’에 항상 유념하면서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불확실성을 극복해나가는 현명한 투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