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조웅 국민레미콘 회장은 ‘연예인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8년 ‘컨츄리 꼬꼬’로 데뷔해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탁재훈(51·본명 배성우)씨가 그의 아들이다.
배 회장은 IMF 외환위기 시절 명예퇴직이냐 중소기업인이냐의 기로에 섰을 때 아들이 큰 용기를 줬다고 했다. ‘아들이 혼자서도 잘하고 있으니 더 이상 먹여 살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들도 저렇게 자신 있게 자기 길을 가는데 나도 중소기업인이라는 새 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업에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쯤 아들이 공중파 3사 가요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나도 성공할 수 있다, 나도 열심히 하면 잘될 수 있다는 각오를 아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거죠. 아들이 아빠에게 큰 용기를 준 겁니다.”
그는 “기업에 다니면서 벌어놓은 돈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사회에 명퇴 바람이 불었다”면서 “당시 아들이 자기 길을 가지 않고 있었으면 사업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던 아들이 현재 50대가 됐고 배 회장은 내심 자신의 사업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저는 나이가 있어서 이제는 인생의 큰 목표나 그림은 없어요. 다만 가업승계가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은퇴해도 기업은 지속이 돼야 하잖아요.”
배 회장은 탁재훈씨가 동의한다면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사업을 물려주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아들이 연예인이라 가업승계를 권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본인이 연예계 생활을 청산하고 사업을 물려받겠다는 용의가 있다면 가업상속을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 심사숙고해가며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배 회장은 대단히 유쾌한 사람이다. 탁재훈의 예능 감각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배 회장은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일을 안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운동 등 건강관리도 잘 안 하는 편이다. “일을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건강관리법”이라고 배 회장이 말했다.
배 회장은 불교에 대한 신심이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12대 대한불교청년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불교 운동에도 열심이었다. 대한불교청년회 초대 회장은 만해 한용운. “만해의 뜻을 이어받아 불교운동했다”는 게 배 회장 평생의 자랑거리다.
배 회장은 불교를 통해 인격 수양을 오래 한 때문인지 누구에게도 하대하지 않는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늘 높임말을 쓰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그 정도 나이가 됐으면 사람 만나서 머리 숙이는 것 좀 그만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아무리 아랫사람이라도 예의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 제 원칙”이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