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시장에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낮아져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20일 본지가 국토교통부의 오피스텔 실거래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갭 투자자나 급전이 필요한 주인들이 오피스텔을 전세로 놓는 경우가 보통이다. 깡통 전세 위험이 커짐에 따라 세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 전세가 > 매매가, 가격 연전 속출 = 국토부 실거래가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초구 양재동 ‘트윈타워’ 전용 24㎡는 매매가(1억 2,000만 원)보다 2,000만 원 높은 1억 4,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무려 116.7%에 이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금천구 가산동 ‘가산미소지움’ 전용 15㎡ 또한 1억 2,5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오피스텔의 동일 면적은 같은 시기 1억 1,000만 원에 매매거래 됐다. 이밖에도 광진구 화양동 ‘광진캠퍼스시티’ 전용 16㎡의 최근 전세가율은 106.1%에 이른다. 이 외에도 서울 소형 오피스텔에서 이 같은 가격 역전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가격 역전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소형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가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중구 황학동 ‘한양아이클래스’ 전용 19㎡는 지난 3월 1억 3,300만 원에 실거래됐지만 4월 1억 3,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300만 원밖에 안 되는 것이다. 오피스텔의 높은 전세가율은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한 4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의 전세가율은 78.6%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 커지는 오피스텔 깡통 전세 경고음 =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대부분 제자리걸음이지만 전셋값은 높은 수요를 등에 업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 S 공인중개사 대표는 “학생, 직장인 등 젊은 사람들이 전세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전세의 경우 갭 투자자들이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포구 L공인중개사 대표는 “수익형 부동산인 만큼 전세보다 월세 매물량이 압도적”이라며 “오피스텔 전세의 경우 갭 투자자나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들이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갭 투자자들이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오피스텔 전세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깡통주택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주로 월세를 받으려는 수단인 만큼 전세를 놓고 있다는 것은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고 생각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오피스텔은 부동산 시장에서 틈새시장”이라며 “틈새시장은 위기 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