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은 무질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들어서기 직전에 한 걸음 물러나 탈퇴 시한을 오는 10월31일까지 재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연장 기한을 더욱 짧게 정하길 바라는 프랑스와 길게는 1년까지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EU 회원국들 간의 의견을 절충해 10월 말로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 절충안은 최악의 상황을 나타낼 수도 있다. 새로운 연장 기한까지 영국 의회가 정부와 브렉시트 협상에서 중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시간이 부족해 브렉시트 합의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테리사 메이 총리를 대체할 방법을 찾거나 제1야당인 노동당이 조기 총선을 강행하지 않는 한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또한 브렉시트 철회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안 된 얘기지만 제2국민투표를 실시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조기 총선의 위험은 받아들여야겠지만 그 외에도 여러 걱정거리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앞서 미뤄졌던 브렉시트 시한인 3월29일 또는 4월12일보다 이번에 연기된 10월31일이 더 큰 절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또 브렉시트 기한이 연장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 보수당 정부와 야당인 노동당은 협상에 아무런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의회가 어떤 브렉시트를 바라는지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제공해준 연장 시간을 별다른 성과 없이 허비해버릴 위험성도 크다.
모든 것은 10월이 돼서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영국 정부가 당초 합의한 탈퇴협정대로 의회 비준을 받든지 또는 무질서한 브렉시트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요구해왔다. 유럽연합이 바라던 대로 영국의회가 EU 탈퇴협정을 승인한다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대표적인 영국 회의론자였던 샤를 드골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자임하려 들 것이다. 과거 드골은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을 반대했으며 이 때문에 영국은 1973년이 돼서 유럽경제공동체가 발전한 유럽공동체(EC)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번 EU 의 재연기 승인으로 브렉시트 우려는 당분간 뒷전에 둘 수 있게 됐다. 적어도 금융시장에서는 그렇게 볼 것 같다. 그러나 기업과 가계의 소비지출이 경제를 견인하는 영국의 입장에서 브렉시트 논란이 막판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렉시트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그리고 결국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