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주식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중 간 무역 협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 폭이 급격하게 커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불안한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빼는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투자처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채권이다. 국내 펀드 시장에서 주식형 펀드에는 자금 유출이 끊이질 않는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올 들어 약 7조원(국내 채권형 및 해외 채권형 총합)이 몰릴 만큼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쉽게 사라지기 힘든 환경인 만큼 채권형 펀드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만 약 7조원...뭉칫돈 몰리는 채권 펀드=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채권형 펀드 261개에는 올 연초 이후 5조8,51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한 달 간 들어온 자금만 1조6,154억원에 이를 정도로 관심은 끊이질 않는 모양새다.
국내 채권형을 유형별로 보면 일반채권형이 연초 이후 3조6,354원이 몰려 설정액이 가장 크게 늘어났다. 초단기 채권형이 1조2,911억원이 유입돼 그 뒤를 이었고 회사채형이 5,969억원, 국공채형이 3,280억원 증가했다. 개별상품별로는 ‘동양하이플러스채권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이 1조5,139억원 순증해 설정액이 가장 크게 늘었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채권)(모)’도 4,796억원이 들어왔고, 동양하이플러스단기우량채권증권자투자신탁 1(채권)은 3,551억원 유입됐다.
159개의 해외 채권형에도 연초 이후 9,988억원이 순증했다. 최근 한 달 간 들어온 자금도 3,188억원에 달한다. 이 중 글로벌 채권형이 1조279억원이 늘어 가장 관심이 높은 유형으로 꼽혔고, 신흥국 채권도 설정액이 832억원 늘었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혼합자산자투자신탁(H)[재간접형]’이 3,467억원 유입돼 설정액이 가장 크게 늘었다.
반면 주식형 펀드는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902개의 펀드에선 연초 이후 1조4,213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고, 755개의 해외 주식형에도 같은 기간 동안 1조4,431억원이 줄었다.
◇국내 채권형 연초 이후 1.09% 수익...수익보다 안전성이 장점=채권형 펀드는 통상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평가되진 않는다. 실제 연초 이후 1.09%의 성과를 올린 국내 채권형의 수익률은 국내주식형 1.40%에 미치지 못한다. 해외 채권형도 4.80%로 해외 주식형 15.62%를 크게 밑돈다. 올해 초 미 중 간 무역 협상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형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장점이 크다. 실제 최근 1년간 성과를 비교해보면 국내 주식형(-16.19%)과 해외 주식형(-4.30%)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채권형 3.17%, 해외 채권형 4.09%로 채권형은 플러스 수익을 보인다.
이에 현재 채권형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도 불안정한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기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펀드 투자자 가운데 수익률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면서 “안전 투자처를 찾으면서 채권형 펀드에 관심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도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기존 채권의 몸값이 높아지게 돼 수익률이 높아진다.
한편 개별 상품(상장지수펀드(ETF) 제외) 중에서는 국내 채권형의 경우 ‘삼성코리아중기채권증권자투자신탁 1[채권]_Cf’가 연초 이후 2.10%로 성과가 가장 좋았고, 해외 채권형 중에서는 ‘미래에셋미국달러우량회사채증권자투자신탁 1(UH)(채권)종류C-Pe’가 13.69%로 수익률 1위를 기록중이다.
◇채권형 펀드 인기 지속 전망=전문가들은 채권형 펀드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또 증시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안전 자산 채권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환경이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펀드 자금은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향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경기지표와 기업실적이 부진한 탓에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자금 흐름 격차가 더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가령 회사채의 경우 신용 등급 및 회사의 재무 상태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펀드의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큰 위험도도 높다는 뜻이기 때문에 해당 상품 구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