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는 지난 4월 이과대학 물리학과와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부,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분야 등에 여교수로 한정한 채용공고를 냈다. 이공계인 각 전공별로 한 명씩을 뽑으면서 여성으로 제한한 채용조건에 내건 것이다. 학교 측은 “해당 전공에 여교수가 적어 여성을 채용하기 위한 취지”라며 “현재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가 교수 채용에 여성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해당 전공 분야에 여교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해당 전공에서 현재 근무 중인 여성 교수는 아예 없거나 한 명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공계에 여교수가 적은 것은 고려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도 학과 신설 이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여교수를 채용해 올해부터 강의가 시작됐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4년제 대학의 공학계열 교원 1만4,758명 가운데 826명이 여교수다. 비율로 따지면 5.5%에 불과하다. 자연계열은 7,929명 중 1,488명으로 그나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인문계열 32%, 교육계열 40%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이는 이공계에 입학하는 여학생이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자연계열·공학계열에 입학한 여학생은 4만5,698명으로 2014년보다 2,288명 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공계 분야에 여교수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학 박사 출신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이공계 여학생들이 보기에도 대학의 교수가 전부 남성이면 공부해서 뭐하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도입해 이공계 분야에도 여교수들이 많이 진출했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직에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은 남성에게 역차별일 뿐만 아니라 여교수에 대한 편견을 높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고려대의 채용공고 이후 온라인에서는 여교수가 없다는 이유로 교수 한 명을 뽑는 데 여성만 채용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여성 할당제로 들어온 여교수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생길 수 있다”며 “할당제보다 실제 현장에서 실력·성과 등을 기반으로 남녀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