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업체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소비력에 영향을 받아 초고가 명품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럭셔리 펀드의 올 연초 이후 수익률(5월22일 기준)은 15.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테마형 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4.05%)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다수의 명품 업체들은 유럽 시장에 상장돼 있는데 유럽 주식형(11.69%)과 비교해도 럭셔리 펀드의 수익률이 더 낫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한 달간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손실(-2.00%)을 보고 있지만 다른 해외 주식형 펀드가 기록한 손실보다는 적은 양상이다.
이 같은 성과는 국내 럭셔리 펀드들이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명품 기업의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 루이비통·불가리·크리스찬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경우 지난 22일 전일보다 0.34% 상승한 336.30유로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올 1월2일(253.30유로)과 비교하면 32.7% 상승한 것이다. 구찌·발렌시아가 등을 자회사로 둔 케링(Kering)그룹도 같은 날 508.50유로로 장을 끝내 올 연초(402.80유로) 대비 26.2% 올랐다. 에르메스도 같은 기간 동안 37.9% 상승했고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도 22.4% 뛰었다. 이탈리아 슈퍼카 페라리 역시 47.9%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럭셔리 펀드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잠시 침체기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0.73%로 손실을 봤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고소득층의 소비가 회복될 기세를 보이자 명품회사들이 다시금 주목받는 모습이다.
또 주요 명품 기업이 최근 발표한 호실적도 주가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LVMH의 경우 올 1·4분기 매출이 약 125억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상승했다. 케링그룹도 올 1·4분기 매출액이 약 38억유로로 지난해보다 21.9% 늘었다. 에르메스 역시 16% 증가한 약 16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명품회사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소비층에 진입해 유럽 명품 업체의 구조적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면서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로 진입하는 구간에서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보면 앞으로 1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중국도 이전과 크게 다른 소비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내수 위주로 움직일 중국에서 유럽의 명품 기업들이 소비 활성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럭셔리 펀드들은 유럽 명품 업체들의 비중을 앞으로도 높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