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기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의회는 물론 이란과의 긴장 고조가 우려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다른 고위 참모들은 70억달러(약 8조3,251억원) 규모의 무기수출을 의회가 막지 못하도록 무기수출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에 있는 긴급 조항의 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정밀유도무기와 전투기 등이 포함된 이번 거래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격분시킬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통상 미 의회는 행정부의 무기수출을 수정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검토 기간을 갖는다. 다만, 무기수출통제법에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시급한 무기판매라고 대통령이 판단할 경우 의회 심사를 건너뛸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A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들을 인용해 이르면 24일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와 관련해 의회 검토를 우회하는 무기수출통제법 긴급조항 발동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는 예멘에서 사우디가 주도하는 군사작전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작년 10월 사우디 요원들에 의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일어남에 따라 1년 넘게 사우디에 대한 20억달러 규모의 무기판매를 막아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수개월 동안 사우디 무기판매에 긴급조항을 발동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했는데, 행정부의 이란 위협 경고와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의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최근 몇 주 동안 이 문제가 더욱 긴박해졌다고 AP는 미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의회승인 절차 없이 사우디 등에 무기판매를 추진하면 의회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의원은 의회승인을 우회하는 중동지역 무기수출에 대해 세부사항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역시 외교위원회 소속인 밥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행정부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면 그것을 무효로 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입법 및 다른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며 “의회의 검토절차는 상원이 특정 무기판매가 국익에 부합하고 인권과 시민보호를 포함한 우리의 가치를 뒷받침하는지를 질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랜드연구소의 중동 분석가인 달리아 다사 케이는 “지금 시점에서 무기판매 추진은 의회와는 물론이고 이란과의 긴장도 고조시킬 것이며, 예멘 평화를 위한 노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