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생계형 영세업종인 음식업계가 적합업종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엇보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칸막이를 치는 것보다 대기업과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경영난을 해소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대기업 침투가 아니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과당경쟁 탓이라는 달라진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실제 적합업종에 지정된 5년간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면서 음식점 생존율이 18.9%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럴 바에는 대기업의 영업 노하우나 위생관리 기법을 전수받아 경쟁력을 키우고 공존방안을 찾는 노력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단으로 이어진 셈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도입 당시부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운영되는데도 굳이 정부가 나서 이중 삼중으로 칸막이를 치는 게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나 적합업종이 도입된 후 중소·영세기업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사례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처럼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리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음식업계가 스스로 보호막을 걷어낸 만큼 생계형 적합업종의 실효성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어떤 지원책을 만들어도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당국의 심의과정에서 실질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물론이거니와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소비자 후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운영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민간의 자율적 공존방안이 가장 바람직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공유경제 등장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신구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