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라이프

아이 구토에 놀라 응급실 갔더니 변비라고?

섬유소 부족 인스턴트 식품 등 편식

변이 장내 오래 머물면서 딱딱해져

복통·구토 등 성장기 아이에 악영향

균형잡힌 식습관·식후 배변연습하고

변비 생긴 40대 이상 대장내시경을

소아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식후 10~20분 사이에 위장·결장 반사를 이용해 5분 정도 변기에 앉도록 배변 연습을 시키는 게 좋다. /사진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소아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식후 10~20분 사이에 위장·결장 반사를 이용해 5분 정도 변기에 앉도록 배변 연습을 시키는 게 좋다. /사진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 5세 남아를 키우는 주부 A씨는 아이가 열·감기 증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찾았다가 변비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복부 X선 촬영 결과 장 속에 대변이 가득 차 있어 더부룩함 때문에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직장을 막고 있던 대변을 제거하는 관장을 마치고 1개월분의 변비약, 매일매일 아이의 변 횟수와 상태를 확인하는 배변일지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 70세 여성 B씨는 배변 횟수가 주 2회에 그치고 배변 시 힘을 많이 줘야 하는 변비 증상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혈액·컴퓨터단층촬영(CT)·대장내시경 검사 등을 했지만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다.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상태가 나아졌다가 끊으면 증상이 재발했다. 변비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도 먹어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 두 달여 전부터 변을 보기 힘들고 간혹 설사·혈변 증세가 있었지만 변비·치핵(치질)이려니 여겼던 53세 직장인 남성 C씨. 1주일 전 건강검진 때 대장내시경을 받았는데 대장암인 것 같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 부랴부랴 한 대학병원에 외래진료 예약을 했다.



◇변비 진료인원 9세 이하가 14만명, 70대 12만명 순

이들의 공통점은 변비지만 원인도, 치료방법도 제각각이다. 변비는 변을 보는 데 지속적이거나 간헐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4%가량은 배변 횟수가 주 3회 미만으로 변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비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지난 2014년 59만여명에서 지난해 약 66만명으로 10.5% 증가했다. 여성이 37만여명으로 57%를 차지한다. 지난해의 경우 9세 이하가 14만명(21.3%)으로 가장 많고 70대가 약 12만명(17.7%)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아의 만성 변비는 1세 미만의 3%, 1~2세의 10%, 4세 이상의 23~34%에서 나타나는 흔한 소화기질환 중 하나다.

변비는 다양한 원인으로 대장(결장·직장)의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겨 변을 배출하는 힘이 충분하지 않거나 반사감각이 둔화돼 발생한다. 식습관·생활습관·스트레스에 의한 기능성 변비가 90%가량을 차지한다. 원인으로는 식이섬유·수분 섭취 및 운동 부족, 여성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증가, 변의에 대한 반응 저하, 만성적인 자극성 하제(변을 묽게 하는 약) 복용에 의한 대장신경 손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나머지는 대장암, 내분비질환(당뇨병·갑상선기능저하증), 전해질 이상(고칼륨혈증), 근육·신경질환(파킨슨병·다발성경화증), 우울증, 항콜린제·혈압약·제산제·철분제 복용 등 다양하다.


임종필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젊은 환자는 변비를 진단하거나 원인을 찾기 위한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40세 이상에서 없던 변비가 새로 생기거나 혈변,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대변 굵기의 변화, 심한 복통, 대장암 가족력 등 경고 증상이나 징후가 있다면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소아 변비 중 일부는 장관의 운동을 관장하는 교감신경 세포가 없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선천성 기형으로 신경세포가 없는 장관의 길이에 따라 증상 정도나 발현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신생아 때 태변 배출 이상, 복부팽만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 변비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한다. 복강경 수술 등으로 문제가 있는 대장을 잘라낸다.



◇줄어든 활동량, 육류·밀가루 위주 식습관이 변비 주범

이은혜 을지대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변비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변비로 진행되고 오심·구토·복통·복부팽만·식욕부진으로 이어져 성장기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드물지만 요로감염, 치질, 항문 찢어짐, 성장부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비를 초래하는 주범으로는 잘못된 식습관·생활습관이 꼽힌다. 유·소아기부터 채소를 거부하고 편식하는 아이들이 많다.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 피자·햄버거·치킨 등 패스트푸드는 육류·밀가루가 주성분으로 장에서 대부분 흡수되는 단백질·지방의 비율은 높고 섬유소는 부족해 이로 인한 대변량은 적다. 이런 음식을 즐기면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양이 될 때까지 장내에 변이 오래 머물게 돼 딱딱하게 굳은 변을 보게 된다. 이는 배변 때 통증을 유발, 변기에 앉는 것을 두렵게 만들어 대변 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딱딱해져 더 큰 통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부른다.

따라서 소아의 경우 변비 치료 약물로 대변을 묽게 해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식후 10~20분 사이에 위장·결장 반사를 이용해 5분 정도 변기에 앉도록 배변 연습을 시키는 게 좋다. 수분·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등 식습관의 변화도 필요하다.

변비에 좋은 음식은 과일류(사과·배·복숭아·자두·살구·딸기·키위·포도), 곡물·콩·전곡류(현미·보리·율무·콩·팥·옥수수), 채소류(배추·시금치·부추·양상추·토마토·우엉·브로콜리·셀러리·고구마·토란·연근·단호박), 견과류(땅콩·호두·아몬드), 해조류(김·미역·다시마·한천·톳), 버섯류 등이다. 탄닌이 많은 바나나·감,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하루 400㏄ 이상 마시는 것도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