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화웨이 사태, 대응 전략은 있는가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美 이어 英·獨·日 反화웨이 가담

中도 마땅히 대응할 카드 없어

한국 美中 사이 선택 강요받아

현실 인식·전략적 대처 절실

한동훈 가톨릭대 교수한동훈 가톨릭대 교수



미중 무역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관세 대폭 인상이라는 강수를 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 제재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DJI, 안면인식 CCTV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에 대한 재제도 검토하고 있다. 통신장비 기업 ZTE와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에 이어 각 산업의 간판 기업, 특히 정보통신 기업들을 콕 집어 공격하는 것을 보면 무역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이론상 혹은 입장에 따라 이론이 있을 수 있는 무역전쟁을 국가 안보 차원으로 격상시켜 국민들과 의회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즉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산업의 간판 기업들을 권위주의적 통제를 일삼는 정부와 연결시켜 때림으로써 미국의 공격이 단순히 기술 굴기 견제나 무역적자 해소 차원이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의 손아귀로부터 자유 진영을 지키기 위한 성전(聖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 이어 영국·독일·일본 등의 기업들도 속속 반(反)화웨이 대열에 가담하고 있어 화웨이는 최악의 경우 재기 불능이 될 것이다. 미국은 스마트폰, 5세대(5G) 통신장비, PC 모두에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및 애플리케이션 제공 거부, 인텔·퀄컴·자일링스·브로드컴·인피니온·파나소닉·도시바 등의 반도체 칩 판매 거부, 통신사들의 단말기 판매 거부를 이끌어냈다. 요즘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대만의 반도체 공급업체 TSMC가 도와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장 치명적인 일격은 전 세계 스마트폰 반도체의 대부분을 설계하는 영국 ARM의 거래 거부 선언으로 현실화할 경우 화웨이는 해외시장용은 물론 국내용 스마트폰조차 제조가 불가능해진다. 5G 통신장비에 대해서는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속속 사용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화웨이 통신장비의 장점인 높은 가성비 같은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화웨이 PC 판매를 중단했으며 윈도 운영체제 공급을 끊으면 화웨이는 PC 시장에서도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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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중국이 보유한 1조2,00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는 발행잔액인 21조달러에 비하면 작은 규모인데다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인기가 괜찮은 시장 상황에서 미국 국채 매각은 큰 위협이 아니다. 일본과의 조어도 분쟁 때 재미를 본 희토(稀土) 카드 역시 큰 위협이 될 수는 없다. 희소한 광물이라는 뜻의 희토는 사실 미국·호주·러시아 등지에 널리 분포돼 있어 희소하지 않으며 중국의 독점생산은 원광 부존이나 가공기술이 아니라 채굴·분리 과정의 환경오염과 생산비용 때문이다. 다운스트림 가공기술은 주로 선진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어 희토 수출금지는 중국 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문제를 무역분쟁 협상 테이블에 같이 올려놓았는데 이것을 무역분쟁 협상 카드로 사용할 심산인지 아니면 화웨이의 소멸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무역분쟁의 장기화를 고려하면 결말은 잘해야 봉합 정도일 것이며 제2, 제3의 화웨이는 앞으로도 생겨날 것이다. 덩샤오핑은 오늘과 같은 상황을 우려해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몸을 낮추고 실력을 키울 것을 신신당부했으나 경제성장에 도취한 집권자들은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일을 함),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함) 등으로 슬로건을 바꿔왔다. 너무 일찍 드러낸 발톱이 화를 불렀다.

이번 사태로 우리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도 있겠으나 이를 계산하며 쾌재를 부르기에 앞서 원천기술 없는 제조업이 유사시에 얼마나 허망한지를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세계가 경제전쟁에 돌입하고 있는 이때 어떤 사고 패러다임이 요구되는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들은 생산비용·시장 등 순수 경제변수를 넘어 정치·경제·사회·미래 등 세상사 전반에 걸친 고도의 전략적인 사고능력을 키울 것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미중 양국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정부의 현실인식과 대처능력은 더 중요하다. 정부는 현실을 헤쳐나갈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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