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장기간 공전하고 있는 국회 상황에 대해 ‘일모도원(日暮途遠·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문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각 당이 그 사명을 깨닫고 움직여 달라고 촉구했다.
문 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제71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국회가 장기간 정쟁과 혼란에 휘말려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국회가 열릴 것처럼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선거제도 개편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당내 일정을 이유로 기념식에 불참했다.
문 의장은 “제20대 국회의 임기 4년 중에 이제 1년이 남았다.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7개월 정도일 것”이라며 “촛불 민심의 제도화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채 여전히 지상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한러 의회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이날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는 문 의장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기회는 그것을 볼 줄 아는 눈과 붙잡을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가만히 있을 뿐’이란 말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눈앞의 이익이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멀리 보는 정치를 기대한다”며 “제20대 국회의 사명을 깨닫고 천재일우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나 역시 하루하루 일모도원의 절박감이 커지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책무이기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1948년 5월10일 단독 총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해 초대 국회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