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관이 3자인양 내부 더 자극" 대검조차 격앙

[불만, 공무원사회가 심상찮다 - 검찰]

70일 남았는데 총장후보委 가동

검찰 힘빼기에 장관이 동조하는격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이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했는데도 국회의원들에게 건의문을 보냈다면 자기 자리를 걸고 불만을 표출한 거 아니겠습니까.”(대검 검사장)

“청와대의 오더가 검찰은 입 닫고 그냥 따라오라는 건데 평검사들까지 동요하기 시작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재경지검 부장검사)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를 한 후 잠잠했던 검찰 내부가 27일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늦게 현직인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e메일을 보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과 검찰 권력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는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송 지검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생각하고 얘기하던 것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e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현직 검사장이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내는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고조되고 있는 검찰 내부의 불만을 외부에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검찰청의 최고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조차 어수선하기보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악연 때문에 청와대가 검찰을 못 믿겠다는 속내는 알겠지만 대놓고 검찰을 패싱하려고 해서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 대검 고위간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검찰 개혁 논의가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된 것도 문제지만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처리하고 밀어붙이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검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이 동요하기 전에 송 지검장의 e메일 건의문을 계기로 대검 간부급이 집단의사 표시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만큼 격양된 반응도 보였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평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내부의 불만이 확산하는 데 박 장관이 불을 지폈다는 비판으로 현 검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단적인 모습이다. 청와대 입장만 고수한 채 일선 검사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으려는 태도가 실무경험이 없는 수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불만들이다. 이런 탓에 검찰 내부 통신망은 검사들의 항의 글이 늘고 있다. 재경지검 소속의 한 검사는 “항의 글들을 보면 장관이 이 같은 오해를 풀기보다는 3자 입장인양 검찰을 비판하는 태도가 검찰 하부의 민심을 자극하는 비판의 성격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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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법무부가 임기가 70일이나 남은 검찰총장의 후임을 뽑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검찰 힘 빼기’에 장관이 동조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평검사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 앞당겨 차기 검찰총장을 뽑으려는 것은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는 비판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은 역시 잠시 있다가 갈 외부인이라고 비꼬는 말들도 나온다”며 “장관이 검찰 전체를 다독이며 청와대와 조율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싸움을 붙이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이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권한남용으로 자초한 부분이라 검찰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현지 검사장이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밥그릇 챙기기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다만 청와대가 검찰 수사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개혁론이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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