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화웨이 "공급망 타격" 우려 국내업체 "어쩌나"

5G 칩셋 1년 보유, 메모리 등은 최대 6개월

국내 업체 미중 어느 편 들기도 힘들어

화웨이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접촉한 것은 미국의 제재로 자칫 서플라이체인이 흔들릴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자급률이 0%인 만큼 미국의 압박으로 삼성전자 등 한국의 부품 공급이 끊길 경우 스마트폰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CLSA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품의 경우 5~6개월치의 재고를,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에 탑재되는 퀄컴·인텔의 미국산 칩셋은 9~12개월치의 재고를 각각 쌓아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메모리·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부품의 재고가 적다.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미중이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출하량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실적 타격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AT&T·도이치텔레콤·화웨이·버라이즌(알파벳 순)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PC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납품하고 있다. 반도체 이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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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장기전을 대비해 한국 등 서플라이체인을 점검하며 읍소하고 있지만 국내 공급 업체들의 입장에서 반갑지만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될 경우 어느 편을 들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거래를 지속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 화웨이 동맹’에 들어가지 못해 미국의 보복이 우려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경우 향후 중국 시장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압박을 가하며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조차도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중국 화웨이 제품을 도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민간 기업도 구글·마이크로소프트·ARM사와 함께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이다. 현재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고 일본 파나소닉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클라우드 서버 제품 목록에서 화웨이 제품들을 삭제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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