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생산하는 식품·의약품에 국제표준화기구(ISO)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등 세계적인 생산관리·품질 인증 표시가 붙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일본조선인 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8일 “북한에서 국제 규격에 준한 품질 인증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 규격과의 ‘동기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식료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대동강맥주는 이미 2008년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했고 이어서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과 HACCP 인증을 받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 현지지도에 나섰던 류경김치공장의 김치와 평양식료공장에서 만든 북한의 ‘국주’ 평양 소주 역시 ISO22000을 취득한 상품이다.
의약품 인증도 늘고 있다. 스위스와의 공동투자로 설립된 평스제약합영회사는 2007년 GMP 인증을 획득한 이래 현재 ‘봄 향기’ 화장품을 만드는 신의주 화장품공장까지 수십 곳으로 확대됐다.
북한의 국제 표준 활동은 최근 들어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북한은 1963년 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가입했고 1974년에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1999년에는 국제표준상품코드(EAN)의 회원국이 됐다.
이후 북한은 오랜 기간 국제 표준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식경제를 이야기하고 국제적 기준, (국제) 상표 등록 같은 걸 강조하는 것은 ‘외국 것도 도입하고 우리 실력도 키우자’는 김 위원장 인식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지난 2017년부터 식품·화장품·의약품·차량·전자제품·의료기구·농약 분야에서는 품질관리 체계 완비를 ‘법적인 의무사항’으로 지정하면서 국제 표준 도입도 속도를 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 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 같은 변화가 “무역이나 금융제도를 통해 국제사회에 편입되려고 하는 아주 중요한 시도”라며 “최근 들어 무역을 증대시켜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북한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