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서훈 고발 나선 한국당 "정보 관권선거 시동거나" 맹공

[서훈-양정철 회동 후폭풍]

이혜훈, 정보위 소집 재차 요구

이인영 "그럴만한 사안 아니다"

"너무 하이키행보 아닌가 싶다"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비공개 만찬 회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8일 오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비공개 만찬 회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8일 오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4시간 만찬 회동’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더 크게 번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정보위원회 소집을 통한 ‘진상규명’, 서 원장 해임 및 양 원장 사퇴 요구에 더해 급기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고발 카드까지 꺼내 들었고,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야당이 서 원장과 양 원장의 ‘사적인 만남’을 이용해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28일 한국당은 서 원장을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한 국가정보원법 제9조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은재 의원 등 한국당 정보위원들과 원내부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국정원을 찾아 서 원장의 정치중립 위반 여부를 따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서 원장과 양 원장의 지난 21일 회동에 대해 “국정원장이 여당 실세와 밀회한 것을 보면 최대의 정보 관권 선거가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온갖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측근 실세를 만나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가히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공천자에 대한 정보수집, 야당 죽이기를 위한 정보수집, 그리고 대북 정보의 수집통인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여러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왜 만났는지, 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고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면서 “마땅한 대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보위를 소집해 서 원장을 불러 추궁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의원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변수를 총선 국면에서 어떻게 여당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게 상식적인 추론,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은 절대 안 된다’고 수없이 선언했던 게 바로 문재인 정부다. 정보위를 소집해 누구누구가 만났고, 왜 만났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의동 원내부대표는 “청와대는 즉시 서 원장을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양 원장도 그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의 최교일(왼쪽부터)·이만희·이은재·정양석·김도읍·김정재·곽상도·김규환 의원이 28일 서초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에서 서훈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자유한국당의 최교일(왼쪽부터)·이만희·이은재·정양석·김도읍·김정재·곽상도·김규환 의원이 28일 서초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에서 서훈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야당의 이 같은 맹공에 이번 건과 관련해 당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민주당도 입을 열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구와 관련해 “지인 간 만남이라고 들었다. 정보위를 소집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적으로 만난 것인데 왜 자꾸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지)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총선 개입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정말 그렇게 하려 했다면 (두 사람이) 아예 은밀하게 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만찬 자리에 동석했던 한 언론인도 “민감한 정치적 얘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서 원장 해임 및 양 원장 사퇴는 물론 정보위 소집 요구에도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싱크탱크로서 현재는 총선 전략을 수립 중인 연구원과 국가정보기관 수장의 만남 자체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적인 만남이었다고 한다”면서도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사적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뭐하러 이 시점에서 만났나 하는 느낌은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은 ‘로키’ 행보를 이어가는 게 맞다고 보는데 국희의장을 단독으로 만난 것도 그렇고 너무 하이키 행보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틀째 이어진 보수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서 원장과 양 원장의 회동과 관련해 “사적인 만남에 대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임지훈·방진혁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