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생의 3분의1을 투자했다고 공언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허위자료 제출로 얼룩진 신기루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코오롱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코오롱그룹은 이 전 회장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의 고발과 환자 및 소액주주의 막대한 피해보상 소송전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다 이번 품목허가 취소로 1조원이 넘던 기술수출마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면서 코오롱그룹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오롱은 1996년 이 전 회장 취임 이후부터 바이오제약 분야를 집중 육성해왔다. 이 전 회장은 1998년 11월3일 인보사 개발을 결정한 후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999년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이듬해 한국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웠다.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참모진의 반대에도 20여년간 약 1,1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인보사는 이 전 회장의 뚝심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 전 회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지분 49.74%를 갖고 있으며 ㈜코오롱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 20.37%, 코오롱티슈진 지분 27.8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또 이 전 회장의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율은 14.40%, 코오롱티슈진 지분율은 17.83%로 사실상 이들 두 회사 지분의 30%가량을 이 전 회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줄줄이 이어질 각종 고발은 코오롱그룹을 옥죌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이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시민단체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이 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환자와 소액주주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240여명은 이날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 직후 코오롱을 상대로 2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보사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약 4,000억원대의 손실을 본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도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번 사태로 해외 소송전까지 치러야 할 처지가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규모 1조247억원인 인보사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다. 미국 먼디파마와 인보사의 일본 시장 기술수출 계약(6,677억원)을 맺었고 중국 하이난성(2,300억원) 등에서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식약처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개발 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며 “품목허가 취소 사유에 대해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코오롱티슈진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신장세포로 임상3상을 마쳐 재개를 노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오송=박홍용·양철민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