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거느린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본격화한다.
최근 CJ·롯데·SK·한화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애경그룹이 선제적으로 인수 의사를 드러내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이다. 애경그룹은 이를 위해 인수 주관사로 삼성증권 등을 접촉하는 등 본격적인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인수가격 및 조건 등에 대한 점검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 간 경쟁이 본격화하며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에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증권을 비롯해 몇몇 증권사를 인수 주관사로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오는 7월 입찰 등의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참여는 애경이 단기간에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애경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 항공사를 설립하고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기업으로 향후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든 것은 항공 산업이 애경그룹의 주력사업군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항공 성장 스토리’가 애경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박에 국내 기업집단 내 순위가 크게 상승하는 한편 제주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모두 합해 항공기 보유 대수만 150대에 이르는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649%)이 높아 애경그룹에도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131%에서 351%까지 급증한다. 다만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고 거래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 비율은 상당폭 떨어질 수 있다.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전면 나섬에 따라 앞서 손사래를 쳤던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높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섣불리 인수하겠다고 나서면 가격만 올릴 염려가 있어 대부분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창업주 고(故) 채몽인 사장의 장남 채형석 AK홀딩스 총괄 부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은 지난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항공 산업에 진출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2,566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영업이익률 8.1%)을 올려 그룹 캐시카우(수익창출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활용품과 면세점 사업으로 대중 인지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대기업집단 내에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재계 순위 58위로 최근에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에 들어갔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