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윤중천 리스트 더 있다...檢 간부급 수사해야"

檢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조사 발표...1년6개월 활동 마무리

김학의 등 봐주기 의혹 한상대 前총장 등 3명 수사 권고

'별장 명함' 관련 검찰 인사 10여명도 추가조사 가능성

법무부·대검 이원화된 구조 한계로 미진한 성과에 그쳐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과천=성형주기자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과천=성형주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금품을 받는 등 친분 관계를 유지하다 사건 처리를 유리하게 해준 것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지난 1년 6개월간 활동해온 검찰 과거사위가 한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권고하면서 마무리돼 앞으로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상당수 검찰 관계자들이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전 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대구 서부지청장에게 윤씨와의 유착 의심 정황이 있으니 수사해 진상을 밝히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윤씨의 전화번호부와 통화 내역, 소지했던 명함,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윤씨와 같이 어울렸던 다수 검찰 관계자가 확인된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사위는 이들이 윤씨가 받던 검찰 수사를 유리하게 처리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다. 한 전 총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에 윤씨가 동대문 한약상가 ‘한방천하’ 관련 고소사건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이 요구가 관철됐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이와 관련해 “한 전 총장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는 윤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고검장은 윤씨와 내연관계였던 권씨가 윤씨를 특수강간으로 고소한 사건의 최종 결재자였으며 김학의 사건 2차 수사 때는 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하는 대검 강력부장이었다. 박 전 지청장은 변호사 개업 이후 윤씨가 소개한 사건의 수임료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잇따라 구속한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의 수사가 더 많은 검찰 관계자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3년 ‘별장 성접대’ 사건 1차 수사 당시 윤씨의 원주 별장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검찰 인사 10여명의 명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날 과거사위는 마지막 정례회의를 끝으로 1년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검찰이 과거사 정리에 나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과거사위는 그간 ‘김근태 고문’ ‘ 형제복지원’ 군사정권 시절 사건뿐 아니라 ‘장자연 리스트’ ‘MB청와대 불법사찰’ 등 지난 보수정권 시절 사건을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김 전 차관 재수사 개시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애초 목표였던 검찰의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의혹은 기대만큼 드러내지 못했고 여론에 휩쓸려 수사권고에만 치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법무부 과거사위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이원화된 구조가 미진한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과거사위에서는 과거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에 대한 진상규명을 목표로 했는데 조사단은 마치 수사를 하는 것처럼 혐의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조사단 외부단원 6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가 보고서 작성에 간섭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등 잠재된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모두 대검에 설치해 한 몸처럼 움직이도록 했어야 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털어놓았다.

교수와 변호사 등 외부단원을 비상근으로 둔 진상조사단의 구성도 문제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외부단원들은 조사기록을 조사단 사무실이 꾸려진 동부지검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비상근이어서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민간조사관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조사단 구성 과정에서 대검 측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비상임 체제가 됐다.

조사단에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조사 대상자들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성과 미진의 이유로 꼽힌다. 김 전 차관의 경우 조사단의 소환에 아예 응하지 않았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내부와 외부가 무늬만 함께한 상태에서 사실상 ‘셀프 조사’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과거사 조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비협조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과거사위도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엄정히 수사·기소할 수 있는 제도인 공수처 입법 논의에 법무부와 검찰은 적극 참여하라”고 권고했다.


조권형·오지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