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LAW&이슈] 검찰 과거사위 부실 논란 왜…"위원회·조사단 이원화, 비상임 외부단원 등 한계 극복 못해"

18개월 대장정 마친 과거사위…'절반의 성공' 평가도 후하단 반응

위원회는 법무부, 조사단은 대검에 설치…양측 갈등 잦아

비상임 외부단원도 조사에 한계…애초 임기제 공무원 제안 반영 안돼

미완 평가 받는 과거사 정리… 권고사항 제도 반영 완수해야

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과천=성형주기자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2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과거 검·경 수사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과천=성형주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9일 마지막 정례회의를 끝으로 1년6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검찰이 과거사 정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었다. 여기엔 청와대의 강한 의중이 반영됐다. 청와대에서 직접 법무부와 검찰 수장에게 과거사 정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못한 검찰의 과거사 정리를 이번에 완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과거사위는 그간 ‘김근태 고문’ ‘ 형제복지원’ 군사정권 시절 사건뿐 아니라 ‘장자연 리스트’ ‘김학의 동영상 의혹’ ‘MB청와대 불법사찰’ 등 지난 보수정권 시절 사건을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 김 전 차관 재수사 개시 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애초 과거사위 출범 목표였던 검찰의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의혹은 기대만큼 드러내지 못했으며, 여론에 휩쓸리면서 수사권고에만 치중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후하게 평가해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위·진상조사단 불협화음=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이원화된 구조가 꼽힌다. 과거사위는 조사 실무를 담당할 조사단을 법무부가 아닌 대검찰청 산하에 설치했다. 조사단이 사건을 조사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심의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조사단과 과거사위의 뜻이 어긋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과거사위에선 과거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에 대한 진상규명을 목표로 했는데, 조사단은 마치 수사를 하는 것처럼 혐의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해 12월 조사단 외부단원 6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가 보고서 작성에 간섭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등 잠재된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과거사위 위원들끼리는 과거사 정리 목표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진상조사단과는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며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모두 대검에 설치해 한몸처럼 움직이도록 했어야 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꿴 셈”이라고 말했다.



◇힘 충분히 못 실린 조사단=진상조사단의 구성도 문제를 야기했다는 평가다. 진상조사단에선 외부단원인 교수와 변호사, 그리고 현업에서 파견된 검사가 팀을 이루어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외부단원들은 비상근이어서 조사에 전념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조사기록을 외부에 반출할 수 없도록 해 조사단 사무실이 꾸려진 동부지검에서만 볼 수 있어서 시간적 제약이 컸다. 앞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과거사위 설치를 권고하면서 민간조사관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사단 구성 과정에서 대검 측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외부단원이 비상임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외에 임의조사 기구인 조사단에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조사 대상자들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성과 미진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김학의 전 차관의 경우 조사단의 소환에 아예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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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외부위원들이 조사에 충분한 시간과 품을 들이기 어렵다보니 팀 내 검사가 얼마나 의지를 가졌느냐에 따라 성과가 좌지우지됐다”며 “내부와 외부가 무늬만 함께한 상태에서 사실상 ‘셀프 조사’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과거사위 조사 과정이 역설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상규명 미진에 의혹 남겨=과거사위의 조사가 오히려 의혹을 배가하는 역효과를 야기했다는 야박한 지적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구조적인 문제들로 사건의 실체를 낱낱히 규명할 수 없었던 탓이다. 특히 여론은 조사결과 발표에서 수사 권고를 하지 않으면 ‘빈손 조사’ 취급을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장자연 리스트’의 경우 특수강간 의혹에 대해 수사 관련 권고를 하지 않은 것이 특히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2일 여성단체 1042곳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과거사위는 어떤 진실도 규명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사단 내에서 일부 단원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현 정권에 유리하도록 처리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거사위가 검찰이 기존에 사건을 처리하온 방식의 문제점들을 드러낸 것은 소중한 성과로 꼽힌다. 애초에 과거사위의 취지가 과거 사례에 대한 재수사나 징계보다는 반성 및 재발방지에 무게를 두었기에 앞으로의 개선작업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검찰은 앞으로 과거사위의 권고 사항들을 내부 절차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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