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이 말은 많이 했지만 사실상 판정패였다.’ 중국과 미국을 각각 대표하는 TV방송 여성 앵커들의 29일(미국 동부시간) 공개토론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미 폭스비즈니스채널은 이날 오후8시26분(중국시각 30일 오전8시26분) ‘트리시 리건의 프라임타임’에서 간판 앵커인 리건과 중국중앙(CC)TV 산하 국제방송 CGTN 앵커 류신의 무역전쟁 공개토론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약 16분 동안 벌어진 이번 토론은 양측의 난타전에 예상되며 시작 전부터 미중 양국의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로는 온건하게 진행됐다. 주로 리건이 중국 측 행동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면 류신이 중국의 특수성을 해명하는 식으로 이어진 이날 방송은 사실상 토론이라기보다 인터뷰에 가까운 형식으로 평가됐다.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쳐간다는 리건의 지적에 류신은 “미국인끼리의 지재권 소송이 훨씬 더 많다. 중국만 비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반박했으며, 강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배워야 번영한다”고 강조했다.
리건은 시종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웠던 반면 류신은 자주 표정이 굳었다. 리건이 “중국이 협상에 합의하기를 원하느냐”고 한 데 대해 류신은 “나는 (중국 정부) 내부 소식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토론이 영어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중국에 불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중 무역협상의 전반적인 구도가 앵커들의 토론에서도 이어진 듯하다”고 평했다. 이번 공개토론은 지난 14일 리건이 방송에서 중국을 비판하고 이에 류신이 반박하며 대화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한편 실제 무역전쟁에서는 미중이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산 매트리스와 스테인리스스틸통에 대해 덤핑 판정을 내렸다. 매트리스는 38.56∼1,731.75%를, 스테인리스스틸통은 2.01∼79.71%의 추가 관세를 각각 물리기로 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쿠바 외무장관과 만나 “미국이 중남미에서 먼로주의를 되살려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패권 확대를 비난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